매일신문

[기고]대구지역 공공의료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이경수 영남대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경수 영남대병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경수 영남대병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소위 공공의료 논쟁이 1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와 맥을 같이하는 공공의대 설립은 의료계 파업의 한 가지 이유가 됐다. 대구에 제2의 대구의료원을 건립해야 한다는 논쟁도 뜨겁다.

동서양의 역사를 막론하고 공공(公共)은 '공적인 것'과 '공통' '모두에게 해당되는' 등을 의미하는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있어 공공성을 매우 좁은 의미로 해석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좁은 의미로만 바라봐 공공과 민간을 구분하고, 공공의료 강화 논쟁이 편 가르듯이 진행되는 지금의 상황은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잘못된 논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를 이렇게 좁은 의미로 해석하게 된 이유는 보건의료 분야의 공공성 개념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미국 의료제도의 영향을 받아 소위 민간 중심의 인프라와 기능 확대가 진행된 탓이다. 민간의 역할이 급속히 확장되다 보니 반대로 좁은 의미의 공공의료 규모와 기능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해지면서 의료의 공공성도 지나치게 국가나 지자체 소유의 개념으로 한정적으로 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취약계층의 건강 보호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건강을 보장해야 하는 건강권은 헌법정신 중 기본권으로 명시돼 있다. 건강권은 협의의 공공기관·공공병원만이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과 공공 나눌 것 없이 함께(共)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좀 더 상식적인 접근이다. 공공이나 공공성을 소유와 관리주체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합의·협치의 철학, 행정의 문제로 확대해 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제 대구 지역의 공공의료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라는 과제로 다시 돌아와 보자. 공공병원 하나 더 만든다고 해서, 1천 병상을 더 확충한다고 해서 공공의료가 강화될 것인가.

공공의료기관 확충은 지금과 같은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시민들의 건강 형평성을 개선하는 방편으로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는 협의의 공공의료기관만으로는 인력과 장비 모두 절대 부족하다는 것을 목도했다.

대안은 '지역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다. 모든 의료 서비스는 공공적인 성격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의료계와 지자체·의회가 함께 지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킬 전략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구경북에도 암센터, 심뇌혈관질환센터, 호흡기전문질환센터, 류마티스관절염센터, 응급의료센터 등 국가지정 권역센터가 즐비하다. 이런 권역센터는 특정 병원의 센터가 아닌 우리 지역의 '공공' 센터로 지역의 자산이다. 다른 병원들과 힘을 합쳐 각종 중증질환과 감염병으로부터 지역민들의 건강을 함께 지켜내라고 지정된 우리 지역의 센터이다.

대구시의 역할은 이 센터들이 협력하도록 상생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있다. 과다한 경쟁을 부추기고 비효율을 증가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권역센터를 중심으로 각 병원들이 평소에도 상생·협력하도록 지원해 '대구형 보건의료 협치 모형'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진일보한 대구형 공공-민간 협치의 공적 지역 보건의료 모형을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시민들의 안녕과 건강을 보호하는 안전 그물망이 튼튼해질 수 있다.

협력(協力)을 한자로 쓰면 '힘 력(力)' 자가 네 개가 들어 있다. 협력을 위해 서로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그 먼 과거부터 그들도 벌써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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