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기반한 옥스포드 사전은 매해 '올해의 단어'를 발표합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선정한 단어는 '탈진실(post-truth)'이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시대를 여전히 '탈진실의 시대'로 묘사합니다. 수많은 가짜뉴스와 왜곡된 진실이 세상에 난무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교육은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세상을 잘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며 '미디어 리터리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세상
문학성 있는 소설을 만화 형식으로 표현한 장르를 '그래픽 노블'이라고 부릅니다. 허위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브리나'(닉 드르나소 저)는 그래픽 노블의 역작으로 손꼽힙니다. 텅 빈 인물들의 표정과 배경을 단순하게 표현한 건 현대인들이 감당해야 할, 부유하는 소외를 잘 드러내며 이야기에 집중하게 합니다.
이야기는 평범한 여성인 사브리나가 실종되고 그녀의 연인 캘빈이 공군 기술병으로 근무하는 어릴 적 친구 테디를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사브리나의 여동생 산드라도 언니의 실종이 힘겹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사브리나의 잔혹한 죽음이 녹화된 비디오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악몽은 시작됩니다. 인터넷에서는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음모와 억척이 들끓습니다. 네티즌들은 게시물과 댓글로 살인자를 옹호하거나 정부의 음모라 선동하면서 사건을 유희합니다. 방송사도 가족들의 괴로움을 방영하는 등 선정적인 내용에만 집착합니다. 사브리나의 끔직한 사건은 언론매체와 대중들의 SNS를 통해 더욱 잔인하게 확대되면서 그녀와 관계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해갑니다.
이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불특정 다수의 '실시간 검색'이라는 칼날이 춤을 추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이는 이러한 일로 죽어가는 현실이 실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폭풍 같은 일련의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등장인물들이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의 치유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사브리나를 숨죽이며 끝까지 읽게 만듭니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메커니즘
샤브리나의 예처럼 사람들은 쉽게 편견에 갇힙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익숙한 방식으로 판단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럽고 답답한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외 저)는 탈진실의 시대에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이기는 방법으로 '사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쉽게 편견에 빠지는 우리의 본능을 지적합니다. 스웨덴의 의사이자 보건 통계학자인 저자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질문에서 인간의 평균 정답율이 고작 16%에 불과하며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오답율이 높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탓이라고 지적한 뒤 자신의 경험과 데이터에 입각해 10가지 드라마틱한 본능을 제시합니다.
세상을 양분된 둘로 나누는 '간극 본능'을 비롯해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주목하는 '부정 본능' ▷앞으로도 그래프가 직선으로 갈 것이라 단정하고 예측하는 '직선 본능' ▷공포감에 사로잡혀 과대평가하는 '공포 본능' ▷비율을 왜곡해 실제보다 부풀리는 '크기 본능' ▷범주화를 통해 잘못 판단하는 '일반화 본능'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운명 본능' ▷단순한 생각에 이끌리는 '단일관점 본능'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는 '비난 본능'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다급함 본능'이 그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본능을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및 생각들과 연결해 설명하고,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각각의 '사실 충실성' 처방을 내려줍니다. 예를 들어 '다급함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 심호흡 후 하나씩 차근차근 행동하기, 관련 있고 정확한 데이터 분석하기, 극적 조치 경계하기 등 사실에 충실해 판단하고 바른 대책을 세워 행동하기를 주문합니다.
우리는 가짜뉴스와 왜곡된 진실이 공존하는 생태계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세상에서 지혜롭게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의 삶을 바르게 경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탈진실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고 팩트에 근거한 데이터와 정보를 모으며 해석하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세상이 변하면 배움의 지향점과 방법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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