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시 30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 행정복지센터 앞.
아침부터 내리는 비 속에서 센터에 들어서려는 차량들과 사람들이 마구 뒤엉켜 아우성이다.
센터 바깥으로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이미 차선 하나를 점령하고, 사람들도 마당 안쪽부터 입구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
1가구 1인 이상 코로나19 검사 특별행정명령이 내려진 첫날, 각 동네별로 마련된 기동 선별진료소는 오후 2시부터 문을 열기로 했다.
30분 전쯤 도착해 느긋하게 검사를 받으려 했건만 시작부터 낭패다.
앞줄에 서 계신 할머니 한분께 여쭤보니 오전 11시부터 나와서 2시간째 찬 길바닥에 서 있다며 하소연이다.
부랴부랴 줄 끝에 붙어 약 10분 정도 기다려 224번이라 적힌 번호표를 받았다.
30분 전에 왔어도 이미 앞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지런히 찾아든 모양이다.
선별진료소라 적힌 천막을 지나쳐 건물 뒷편까지 늘어진 줄의 끝을 찾으려 200m 가량을 걸어갔다.
비도 오고 워낙 추운 날씨에 거리두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사람들이 바짝 붙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저마다 손에 쥐어진 우산 덕분에 어쩔 수 없이 겨우 30~50cm 가량의 거리가 떨어져 있을 뿐이다.
번호표는 받았지만, 이미 알음알음 채워진 줄에서는 순서가 의미가 없었다. 무조건 선착순에, 부딧치는 우산마다 짜증이 묻어날 정도로 인심이 사납다.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자 선별진료소는 원래 운영계획보다 약 20분을 앞당겨 서둘러 문을 열었다.
그렇게 줄을 서고 30분 정도 지나자 겨우 공무원 1명이 오가며 '1m씩 간격을 띄워달라. 번호표대로 줄을 서 달라'고 호소했다.
잠시 소동이 일며 사람들 간 거리가 벌어졌으나 잠깐 뿐이다. 몇분이 지나자 한 줄이었던 행렬이 모여들며 다시 혼잡해졌다.
다시 1시간 가량이 흘렀지만, 도무지 행렬은 줄어들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추위 속에서 손발이 얼어붙고 젊은 사람들조차 몸을 꼼지락거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아예 뒷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근 처마밑에 쪼그려 앉아 연신 손발을 주물러댔다.
잠시 기다리자 앞쪽에서 갑작스레 고성과 욕설이 터져나왔다.
검사에 앞서 인적사항 등을 적는 서류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그 때문에 검사가 지체되자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현장 정리를 담당한 공무원들이 우왕좌왕하며 서류에 대해 저마다 다른 안내를 한 탓이다. 공무원들도 준비없이 진행된 이번 행정명령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처럼 보였다.
노모와 함께 줄을 선 한 남성은 추위와 기다림에 지친 노모가 자리에 주저 앉자 '노약자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냐'며 공무원을 상대로 울분을 퍼부었다.
그렇게 2시간 10분여를 기다리자 겨우 차례가 돌아왔다.
서류를 제출하고,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하는데 고작 2분이 걸리지 않았다.
서둘러 차량으로 뛰어가자 처음 줄을 섰을 때보다 더 길게 행렬이 불어나 있다.
아마 맨 뒤에 선 사람은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할 터였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며 보낸 2시간여 동안 느낀 생각은 '너무 준비가 없다'는 점이다.
검사를 받는 주민도, 이를 응대하는 공무원들도 아무런 체계없이 눈 앞에 닥친 문제를 수습하는 모양새이다.
이날 같이 줄을 섰던 주민들 모두 '취지는 좋지만, 무작정 시행된 전시행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추위에 떨었던 시간 동안 오히려 없는 병도 얻어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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