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의 출생아는 사망자보다 2만 명 적었다.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작년에 28만 명이 출생했는데 이는 1990년 출생아 65만 명의 43% 수준이다. 한 나라의 출산 능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가 합계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이 2.1명 이상이면 인구가 감소하지 않는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명이었다. 금년에는 0.8명대가 될 것이라 한다. 인구 감소는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포항시 인구는 1995년 51만 명에서 작년 50만3천 명으로 감소했다. 금년에 50만 명대가 무너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줄면 경제가 축소되고 인구가 증가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인구가 줄면 걱정하고 인구가 늘면 안심하는 이유는 이러한 생각 때문이다. 이 생각이 확장된 결과가 '인구는 국력'이라는 슬로건(slogan)이다.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5천만 명이어서 내수시장이 작다. 그래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 말 속에는 인구는 수요라는 잘못된 개념이 들어 있다. 인구는 수요가 아니다. 인구 중 일부가 수요다. 케인스(Keynes)는 이를 유효수요라고 했다. 우리 경제는 5천만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가? 보장할 수 있다면 인구는 증가해도 된다. 그렇지 않다면 인구가 감소해야 한다. 국민들의 의식주를 겨우 감당하는 수준까지 인구가 증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최근 한 언론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국내총생산이 감소한다. 생산가능인구 1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니 소비도 감소한다. 세금 낼 사람이 줄어드니 복지 시스템이 붕괴된다." 이 기사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국내총생산이 감소한다'는 주장을 과장한 것이다. 생산에서 소비와 세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주장은 옳은가?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국내총생산이 감소하는 나라가 있는가?
생산을 못 할 정도로 생산가능인구가 부족하면 임금이 오른다. 임금이 오르면 국민 일인당 소비와 세금도 증가한다. 또한 임금이 오르면 기업은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한다. 물론, 무한정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기업은 노동을 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도 국내총생산이 감소하지 않는다.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투자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기업이 투자를 줄인다. 유효수요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경제가 축소되지 않으려면 국민 일인당 소비가 증가해야 한다. 소비 성향은 상류층에 비해 중산층 이하 국민들이 높다. 소득재분배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경제에서는 분배가 성장을 견인(牽引)할 수 있다.
같은 해 태어난 사람들을 출생 코호트(cohort)라고 한다. 작년에 태어난 28만 명은 하나의 출생 코호트가 된다. 동일한 출생 코호트에 속한 사람들의 생애주기(life-cycle)는 비슷하다. 비슷한 시기에 입학과 졸업을 하고 결혼하며 취업과 은퇴를 한다. 이들은 입시, 결혼, 취업에서 경쟁자이지만 세금과 병역을 함께 부담한다. 1990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출생 코호트가 크기 때문에 경쟁이 심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무를 함께 부담한다. 작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출생 코호트가 작아서 경쟁이 덜하지만 각자 부담해야 하는 의무가 클 것이다. 출생 코호트가 작은 것은 개인에게 축복도 저주도 아니다. 많이 가져가고 많이 부담하면 된다.
정부는 인구 문제를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출산율은 충분히 감소했다. 향후 우리나라 인구가 급감(急減)하지는 않는다. 평균수명이 상한(上限)에 접근하고 있어서 고령화도 멈출 것이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작은 붐(boom)과 버스트(bust)가 반복될 것이다. 인구가 증가해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끝없는 성장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는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 또는 개별 가구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다. 전남 해남군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정부보조금은 다른 지역의 인구를 뺏어올 뿐이다. 현재의 인구 버스트 또한 지나갈 것이다. 버스트가 지나가면 붐이 온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攝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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