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환수 프로의 골프 오디세이] <45>유익한 기억으로 남는 기록

"생각만 해도 짜릿, 언더파·에이지 슈트 순간"

이븐파 달성을 남기기 위해 동반자들과 찍은 기념 사진.
이븐파 달성을 남기기 위해 동반자들과 찍은 기념 사진.

전반 9홀 스코어카드. 버디 5개 표시가 선명하다.
전반 9홀 스코어카드. 버디 5개 표시가 선명하다.

사람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특별하게 기억하는 기념일은 생을 관통하는 내내 활기와 기대감을 선사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도 이에 속한다.

또 이 기념일들이 일정 세월 흘러 꽉 차게 되면 특별한 해로 정해 의미의 정도를 더 높게 여겨 축하하기도 한다. 환갑이나 칠순, 팔순이 그렇고 은혼식 금혼식도 축복일로 되새긴다.

더불어 느닷없이 다가온 행운 등을 기억으로 오롯이 남기는 경우도 빈번하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골프에서는 대표적으로 축하받고 싶은 기념비적인 일이 '홀인원'일 것이다. 홀인원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실력 유무를 가리지 않고 행운이 뒤따라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골퍼의 실력이 반드시 동반돼야 가능한 '싱글핸디' 달성이나 '이븐파'(72타), '언더파'(72파보다 적게 친 타수) 등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나이와 같은 타수를 성취한 '에이지 슈트' 기록도 골퍼가 평생에 걸쳐 축복할 만한 기록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필자는 이달 중순쯤 연습장에서 깜짝 놀랄 만한 사진을 한 장 받았다. 전날과 전전날, 필자에게 레슨을 받고 필드를 나간 회원의 스코어 사진이었다.

그 사진엔 전반 9홀을 기록한 스코어카드에는 버디를 표시한 선명한 하트 무늬 5개와 '-2'라는 점수가 새겨져 있었다.

필자는 궁금증을 애써 참고 담담하게 이 회원의 라운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회원이 아직 라운딩 중이고, 또한 라운딩을 하고 있는 골프장은 대구 인근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로 알려진 곳인 게 이유였다.

마침내 최종 스코어카드가 '카톡' 소리를 내며 필자의 휴대폰 속으로 들어왔다.

후반 첫 홀을 버디로 시작한 스코어는 2오버파로 마무리됐고 18홀 합계 최종 스코어는 이븐파를 기록돼 있었다.

구력이 올해로 10년 차에 불과한 이 골퍼는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배운 대로 무심하게 볼을 쳤다"는 후일담을 들려줬다.

그리고 다다음날 골퍼는 자신이 성취한 기록이 욕심 난 상태에서 확인차 다시 필드에 나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대치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스코어카드를 받고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의문스러워했다고 한다.

필자는 그에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전날 배웠던 양손목의 움직임에만 몰입했다'는 그의 말로 비워진 마음 상태를 답안으로 제시했다.

물론 이러한 행운이 우연찮게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노력과 땀의 대가라는 사실을 상상하지 않아도 충분하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이븐파나 언더파, 또는 에이지 슈트기록이다.

이븐파 기록이 선명한 기념볼을 받아든 필자는 골프에서 기념할 만한 많은 일을 성취한 골퍼들이 엄혹하고 우울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환한 기쁨의 순간이 생겨난 사실을 '축하 기념일'에 덧보탰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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