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장서, 아동에, 채팅으로…거침없이 벌어지는 '성범죄'

대구지방법원 성희롱·성추행 판결문 33건 분석
미성년자 대상 15건 가장 많아…'N번방' 이후 디지털 성착취 여전
업무 중 야한 농담도 서슴없어…"장기 예방 교육·처벌 강화 필요"

성범죄자 등의 신상을 온라인에 무단으로 공개해 붙잡힌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가 지난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으로 들어서며 발열체크를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매일신문DB
성범죄자 등의 신상을 온라인에 무단으로 공개해 붙잡힌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자가 지난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으로 들어서며 발열체크를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매일신문DB

대구의 성폭력 신고가 연간 1천 건을 넘는다. 직장 내 성희롱과 미성년자 성추행 등이 일상에서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연령별 '성인지 감수성'의 격차를 줄이고 범죄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전히 노골적인 직장 내·업무 중 성범죄

매일신문은 지난해 내려진 대구지방법원(대구서부지원 포함)의 성희롱·성추행 관련 판결문 33건(1심·항소포함)을 분석했다. 형사 27건, 민사 6건이었다. 아동 등 미성년자 대상 강제추행과 사이버성폭력 등이 가장 많은 15건, 직장·업무 관련이 5건이었다.

직장·업무 중 성범죄는 노골적이었다. 지난해 2월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A씨가 성희롱을 일삼은 직장 상급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신적 손해 등의 이유로 400만원을 A씨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18년 6월 B씨는 직장 후배 A씨에게 "구부정하게 엉덩이가 튀어나와서 꼴보기 싫다", "항문으로 침을 놓는 치료소에 가보라"는 등 원고의 신체적 특징 내지 자세를 수차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B씨가 수차례 "최대 피크치 느껴봤냐"는 성희롱도 일삼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증거 불충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대구지법은 지난해 5월 업무 미팅 후 피해자 차량에 탑승해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성기를 만져달라는 등 강제추행 혐의로 주택건설업자 C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개월을 선고했다. C씨는 범행 전부터 이웃 주민에게 피해자를 소개하면서 "내 애인인데 예쁘제?"라며 말하거나 범행 후에도 "예쁘다, 데이트하자"며 치근댔다.

◆성추행·성희롱 범죄 노출되는 아동도 많아

미성년자 성추행·성희롱 범죄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N번방 사태' 이후 디지털 성착취에 대한 엄중함이 경고됐음에도 아동들은 여전히 성범죄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6월 대구지법은 2018년부터 1년 넘게 12세 여아의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하고 강제로 눕혀 강간한 북구의 한 종교시설 교리반 교사 D씨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9년 달서구 한 빌라 이웃 주민인 E씨가 17세 여학생에게 담배를 함께 피우자고 제안한 뒤 차에 태우거나 집으로 데려와 허벅지와 가슴을 만져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받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성범죄 역시 2019년 10월 F씨가 11세 여아와 채팅하다 얼굴 사진을 건네받은 것을 기회로 '얼굴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나체 사진 촬영해라', '신음 크게 내고' 등 성희롱성 음란문자로 사진을 전송받아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에 처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지난해 4건 더 존재했다.

전문가들은 성인지 감수성 격차를 좁히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성지혜 대구 여성가족재단 정책개발실장은 "성별, 세대 간 성인지 감수성 격차가 좁혀지지않은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1년에 한두 차례에 그치는 예방 교육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라며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 특히 아동성범죄의 경우는 엄격한 처벌을 통해 아동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