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시장 탈환 급급, '텃밭 무시' 도 넘은 국민의힘

국책사업 배제도 감수…대구경북 일방적 희생 강요
내달 1일 부산서 당론 발표 예고…TK의원들 통일된 입장 정립 안돼
당에 기조 관철·대응책 지지부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때마다 반복해 온 보수 정당의 '텃밭 무시'가 도졌다. 이번에는 노골적인 국책사업 배제도 감수해 달라고 했다. 지역이 사활을 걸어온 영남권 관문공항 입지와 관련 당면한 선거를 이유로 대구경북에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두고 하는 지적이다.

부산시장 탈환이 다급한 현안이긴 하지만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두 팔 걷고 나섰던 핵심지지층에 대한 푸대접이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특히 지역민의 의사를 당의 기조에 관철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당장 2월 1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산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개최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당론 결정을 예고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오전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선 아주 말을 아꼈다. "다음 주 부산에서 열리는 지도부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당론을 결정하겠다"가 관련 언급의 전부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가덕도 공항 하나 들어선다고 부산 경제가 확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던 김 위원장이 신중해진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애초 낙승을 예상했던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국민의힘 내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판세가 간단치 않게 돌아가자 부산에서 중앙당에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보다 확실한 메시지를 내 달라는 요구를 했고, 김 위원장도 사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가 예정된 지역에서 열리는 지도부회의 중에 당론을 발표한다면 부산이 서운해할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이라며 "표현수위의 문제일 뿐 결국은 대구경북이 이번에도 대승적으로 양보해 달라는 취지가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내달 1일까지면 나흘 남았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최일선에서 다룰 주호영 원내대표(대구 수성갑)와 당수(黨首)를 지근에서 보좌하는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김천)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표를 받아 당선됐다.

어느 때보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조직력을 발휘하며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때다. 하지만 현실은 모래알이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대구경북 차원에서 '통일된 입장'을 정립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회의에선 갑론을박만 반복할 뿐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구 현안이 아닌데 너무 나서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의 주인공도 될 수 있어 지역 의원들이 나름의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 이를 조율·절충하는 과정이 없었다"며 "당장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큰 틀에서 '명분론'과 '실리론'이 논의되는 정도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군위의성청송영덕)은 '입법부가 특정 국책사업을 위한 법을 만든 사례가 없고 이는 사실상 국가 체제를 송두리째 흔드는 반국가적 행위'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자는 입장이다.

반면 강대식 의원(대구 동을)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은 자칫 반대만 하다가는 나중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만 통과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구경북도 나름의 몫을 챙길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가덕도는 절대 안 된다고 드러눕고 지역이 한목소리를 내야 최전방에서 뛰는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이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데 지금처럼 하면 당 지도부에 '밀면 밀리는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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