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권력의 선택적 ‘사법 바로 세우기’가 사법 정의를 흔든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은 사법 농단 법관을 탄핵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사법 농단 법관에 대한 탄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우상호 의원도 탄핵을 지지하고 나섰다. 앞서 이탄희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등 107명의 국회의원이 사법 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탄핵을 제안한 바 있다.

사법 농단은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연구모임을 와해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재판을 놓고 거래를 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법관이 정치권력의 압력에 굴복하거나 혹은 스스로 정권의 눈치를 살펴 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단호히 책임을 물을 때, 법관은 오히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위법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과정 역시 적법해야 한다. 사법 농단에 연루돼 있다는 법관의 혐의에 대한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그가 다음 달 퇴직하기 전에 재판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탄핵하자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2조 제1항 위반이다.

나아가 정치권의 사법 바로 세우기가 선택적이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4·15 총선 이후 제기된 전국 130여 개 선거무효 소송 중에 한 건도 처리하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25조는 "소가 제기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9개월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울산시장 선거 사건은 13명이 기소되고 1년이 됐지만 재판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한마디 말이 없다. 정치권력의 '선택적 사법 바로 세우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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