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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2500원→3840원" VS 허은아 "전기요금에서 분리"

KBS 로고, 허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합뉴스
KBS 로고, 허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합뉴스

27일 KBS 이사회가 앞서 예상된 대로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한 가운데, 허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수신료 징수를 전기요금과의 통합 징수에서 분리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놔 시선이 향하고 있다.

▶KBS는 이날 이사회에서 수신료를 월 2천500원에서 3천840원으로 인상하는 게 골자인 인상안을 내놨다.

KBS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누적 적자 예상액은 3천679억원에 달한다. 이를 보전하는 맥락은 물론 KBS가 새롭게 추진하는 공적 책무 확대 계획에도 1천185억원이 필요하다. 즉, 적자 문제 해결과 새 공익사업 추진을 위해 연평균 4천365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KBS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현행 2천500원에서 3천840원으로 수신료를 53.6% 증가시키면, 수신료 수입은 2019년 기준 연 6천705억원에서 연 1조411억원으로 늘어나 KBS 전체 예산의 53.4%를 차지하게 된다.

KBS는 나머지 40여% 예산은 광고(12.6%), 콘텐츠 판매 등(29%)를 중심으로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S는 수신료를 인상시켜주면 EBS에 대한 지원도 기존 3%에서 5%로 늘려 연 500억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신료 인상안은 KBS 이사회가 심의 및 의결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다시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에 따라 마지막 관문인 국회에서 여야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그런데 같은 날 허은아 의원은 그동안 수신료 납부를 두고 다수 국민들이 지적해 온 문제를 해결하는 법 개정안(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바로 수신료·전기료 분리 징수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될 경우 KBS가 향후 연 1조411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는 수신료 수입 역시 예상보다 꽤 감소할 수 있다. 수신료 납부 거부가 이전보다 쉬워지고, 이에 따라 수신료 납부 가구수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신료 인상에 직접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정안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허은아 의원 등은 "KBS는 수신료를 한국전력공사에 위탁, 전기요금에 병합 징수하고 있다. 이에 KBS 운영이 공영성·공익성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재원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수신료 위탁징수 시 다른 징수금과 분리하도록 해 국민의 공영방송 시청에 대한 선택권을 확보하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법을 바탕으로 KBS TV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국민들이 매달 전기요금을 낼 때 수신료도 사실상 강제 징수당해 온 문제가 상당수 해결될 지 관심이 향한다.

그 배경은 이렇다. 최근 PC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TV를 아예 보지 않는 국민이 늘고 있다. 특히 수신료를 두고는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OTT(오버 더 톱) 영상 제공 서비스처럼 시청할 경우 납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납부하지 않는 방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KBS도 다른 영상 제공 서비스처럼 경쟁을 통해 결제(납부)라는 '선택'을 받으라는 것이다.

▶수신료와 관련해서는 인상뿐 아니라 유지 및 인하 또는 폐지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하나 폐지에 대해서는 KBS의 구조조정을 언급하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앞서 KBS가 밝힌대로 광고, 콘텐츠 판매, 그리고 정부 지원으로 기본 임무에 충실한 '작지만 알찬 방송사'로 거듭나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KBS가 다른 매체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 분야를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대신 그동안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꾸준히 제기된 재난방송 같은 기본 임무에 좀 더 충실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 필요한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KBS가 수신료 인상의 근거로 들어온 일본 NHK는 지난 13일 향후 수신료를 10% 인하한다고 밝히기도 해 역시 눈길을 끈다.

KBS는 재원의 수신료 비중을 두고 2019년 기준 98.1%인 NHK를 언급하며 수신료 인상 주장을 펴왔다. 같은 해 기준 KBS는 46%이다.

그런데 최근 NHK가 수신료를 10% 내리겠다며 그 대신 지출 삭감 및 신 방송센터 재검토 등을 통해 재원 700억엔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NHK는 지상파와 위성방송 수신료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위성방송 2개 채널 및 라디오 3개 채널의 감축도 검토키로 했다.

KBS가 적자 보전 취지 및 새 공익사업 추진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반대로, 기존 지출은 삭감하고 돈이 드는 계획은 없던 일로 하겠다는 얘기다.

결국 수신료의 재원 비중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NHK는 지난해만 해도 경영계획안에서 수신료를 추가로 내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가계 부담 경감을 강조하면서 많은 가정에서 공통으로 부담하고 있는 수신료에 대한 인하를 NHK에 제기했고, 이게 결국 받아들여진 맥락이다.

NHK 수신료 수입은 연 7천억엔(7조4천억원)이다. 여기서 10% 내린 수신료 재원이 2023년부터 책정될 예정이다.

NHK는 지상파의 경우 월 1천225엔(1만3천원), 위성방송의 경우 월 2천170엔(2만3천원)의 수신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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