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코로나 시대, 옛 선비들 정원산책 생각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방역의 최선책으로 권장하고 있다. 외국 전문가에 의하면, 이런 정책 지침은 몇 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고밀집 아파트에 사는 우리는 그 답답함과 우울함을 풀기 위해 집 주변에 있는 공원을 찾게 된다. 그곳에서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아름다운 꽃과 푸른 나무를 감상하면서 머물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재의 공원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효과적으로 실시하기에는 힘든 공간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원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일 것을 염려하여 일단 공원을 폐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충분히 예상되는 바다. 현재의 공원은 많은 사람이 동시에 모일 수 있는 광장형, 집합형이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폐쇄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전무후무한 코로나바이러스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모든 나라들은 공원의 이상적인 공간구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법을 지키면서 어떻게 공원 본연의 기능을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내놓기 시작하고 있다. 도시민의 위락과 건강을 주제로 하는 공원은 도시의 꼭 필요한 시설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가족 단위와 친구 단위의 바비큐를 즐기는 모습도, 동호회별로 축구를 하거나 단체 운동을 하는 모습도 공원에서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최근 외국 사례를 보면 가장 중요한 공원의 요소는 산책길이다. 공원 설계가는 남들과 마주치지 않고 20분에서 30분 정도의 산책길을 만드는 것을 제안했는데, 그들은 이것을 손가락에 있는 '지문형 산책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산책길 끝에 군데군데 화려한 화단이나 분수와 같은 물의 공간, 그리고 혼자서 쉴 수 있는 벤치를 조성해 두는 공간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공원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전통 정원에서 선비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데에서 찾는 것도 흥미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통 정원은 내원과 외원으로 구별된다. 내원은 집 주변의 정원이며, 외원은 선비가 산책하는 길로 정원 형태가 아닌 자연경관으로 집에서 10리쯤 되는 먼 거리를 포함하는 공간이다. 즉 외원은 선비들의 산책 영역인 것이다. 선비들은 자연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자연의 모습을 시로 남겨 두었는데, 영양 서석지를 조성한 정영방 선생은 본인이 산책하는 장소를 시로 남겨 두었다.

이웃과 만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적어도 닭장과 같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공원에 나와 자연의 공기를 마시며 건강과 힐링을 위해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자유만은 가지기를 원한다. 지금이라도 지방자치단체는 공원을 다중이용시설로 인식하여 전면 폐쇄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일부라도 개방하여 시민들이 건강을 위하여 사색과 산책하는 것을 허용하여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도시의 산들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산책길을 조성하여야 한다. 그래서 외국처럼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장기전에 대비해 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 공원은 옛 선비의 정원처럼 도시민이 자연 속을 산책하면서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산책길을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이 동시에 모이더라도 혼자 사색하고 혼자 생각하는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꽃과 나무가 많은 산책길과, 물의 공간과 벤치, 그리고 운동 공간이 일정 간격으로 배치되어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앞으로 우리는 당분간 옛 선비들이 정원을 거닐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그 모습이 우리의 마음과 삶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어서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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