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타 면제' 명시 가덕도법, 예산심의체계 근본 흔든다

與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2월 단독처리 천명
사회 합의 안된 대형 사업 유사법 남발 땐 재정 붕괴
기존 김해신공항 확장안, 지역 균형발전 충분히 가능
주호영 "예타없이 개별법으로 가면 악선례 될 것"
류성걸 "예타 형해화돼…제도 전반 재검토 필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21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21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덕도 신공항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라는 지름길만 좇으면서 대한민국 예산심의체계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특별법 제정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의 예타를 면제할 경우 유사 특별법 남발로 국가 재정 황폐화가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단독처리' 불사를 천명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 15명이 따로 발의한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도 예타 면제가 명시됐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자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타 조사까지 건너뛰려고 하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와 관련, "중요 국책사업을 예타 조사도 없이 개별법으로 만드는 것은 가장 나쁜 악선례가 될 것"이라며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데 국가기관이 그 효과가 나는지 안 나는지를 점검해봐야 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 지역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2030년 부산세계엑스포 개최를 고려하면 사업의 시급성도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존 김해신공항 확장안으로 지역균형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부산세계엑스포 개최에도 무리가 없다는 반박이 나오는 등 가덕도 신공항이 과연 예타 면제 대상에 부합하느냐를 두고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총사업비 10조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이 특별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예타를 면제받는다면 향후 지역별 대규모 국책사업마다 유사 특별법이 등장, 국가 재정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대구 동갑)은 "예타가 완전히 형해화됐다. 예타의 원래 목적이 국책사업에 정치적 개입을 막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법안이나 국무회의 의결로 다 면제받는다"며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도 거대여당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게 특별법을 발의한 다음 의석수로 밀어붙이겠다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이제 예타 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예비타당성 조사=1999년에 도입됐으며, 원칙적으로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에 반드시 실시된다. 다만 지역균형발전, 국가 정책적으로 긴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 등에 대해선 예타 조사를 면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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