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GME, AMC 다음은 SNDL? 미 증시 삼킨 ‘공매도 전쟁’

기관VS개미 아찔한 질주에 주식시장 출렁출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입회장에서 27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주요 지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일부 헤지펀드의 공매도 손실에 따른 강제 주식 매각 가능성 등이 부각돼 급락 마감했다. [뉴욕 증권거래소 제공]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입회장에서 27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업무에 임하고 있다. 주요 지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일부 헤지펀드의 공매도 손실에 따른 강제 주식 매각 가능성 등이 부각돼 급락 마감했다. [뉴욕 증권거래소 제공] 연합뉴스

미국 소매형 게임판매업체 게임스탑(GME)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미국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급기야 미국 증권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백악관까지 나서 "상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게임스탑의 주가는 이날 기준 347.51달러로 마감했다. 하루에 135%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1주일 전의 시세인 40달러와 비교하면 8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온라인 유통에 밀려 한물 간 업체로 평가되던 게임스탑의 주가 폭등은 헤지펀드와 미국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를 둘러싼 싸움에서 시작됐다.

시트론 등 몇몇 헤지펀드 운용사가 게임스탑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며 대규모 공매도를 걸었다는 소식에 개인투자자들이 합심해 주식을 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 같은 '공매도 대항 운동'을 시작한 주인공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라는 토론방의 개미들이다. 이들은 게임스탑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초반 주가 급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유명인들도 참전해 시장의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6일 트위터에 'Gamestonk'라는 글을 올렸다. 게임스탑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되며 장외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트럼프 주니어도 27일 "개미들은 기관들처럼 시장을 움직이기 위해 충분한 소규모 투자자들을 모았을 뿐"이라며 "게임스탑 화이팅(#GMEtothemoon)"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개재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높을 때 주식을 빌려 매도를 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매수해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 기법이다. 빌린 주식을 갚지 못하면 이에 따른 막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게임스탑 공매도의 이자율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스탑. 해외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게임스탑. 해외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특히 개미들은 헤지펀드들이 공매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에 주식을 매수하게 되는 '숏 스퀴즈' 현상을 노리고 있다. 2008년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던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숏 스퀴즈 당일 주가가 500% 폭등하며 업계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개미들의 '묻지마 매수'가 지속되며 투자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게임스탑 공매도에 나선 멜빈 캐피털은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불과 3주 만에 30% 가까이 손실을 냈다. 이로 인해 멜빈 캐피털은 다른 펀드로부터 수조원대의 자금 수혈을 받은 상태다.

금융분석회사 S3파트너스는 게임스탑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서만 236억달러(약 26조3천억원)의 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27일 하루에만 이 중 143억달러(약 15조9천억원)가 날아갔다는 분석이다.

WSJ는 이 같은 결과를 '개미의 승리'로 평가했다. 항상 기관에 밀려 시장에서 패배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만큼은 월가를 압도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개인 투자자들이 하나로 뭉쳐 월가의 속설을 깨뜨리고 있다며 게임스톱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게임스탑에 이어 미국 영화관 체인업체 AMC, 휴대전화 생산업체 블랙베리, 노키아, 선다이얼그로워스 등도 이들의 타깃이 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주가 폭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개미들의 집단 매수가 연이어 성공한다면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기업의 실적이나 전망과는 무관하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뤄지는 집단적 매수 현상은 투기 광풍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기업 외적인 이유로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식의 거품이 꺼질 때 생길 피해와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한 것도 게임스톱 등 일부 주의 과열에 따른 부작용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스톱 때문에 어마어마한 손해를 본 공매도 업체들이 다른 보유 주식을 팔아 자금 마련에 나서는 바람에 증시 전반에 부정적인 여파가 가했졌다는 것.

주식 시장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자 백악관과 금융당국은 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경고에 나섰지만 뚜렷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인 투자자들은 특정한 조직이 아닌 만큼 주가조작이나 시장 교란과 같은 혐의를 씌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