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대구로 돌아온 만큼 그동안 해외에서 쌓은 감염병 경험으로 지역 공공의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올해 초 대구 동구보건소장으로 부임한 김정용(62) 전 개성공단 협력병원장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4년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20년 넘게 해외에서 활동했다. 2005~2012년 개성공단 협력병원장으로 현지 환자들을 돌보기도 했다.
김 소장은 결핵과 말라리아, 뇌촌충증 등 감염병 전문가로 꼽힌다. 인도와 몽골, 아프리카 등 감염병 사례가 많은 해외에서 의료봉사한 기간만 10년을 훌쩍 넘는다. 인도 콜카타에서 7년간 말라리아와 뎅기 등 풍토병을 연구했다. 2017년부터 몽골 국립 의과대학에서 감염학부 교수를 역임했고, 한반도통일의료연구소장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스스로를 '힘든 일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의료 수요가 많은 곳을 골라 일하다 보니 동료 의료인들이 꺼리는 자리인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대구 동구보건소도 작년 수차례 모집 공고를 진행했지만 지원자가 없어 10개월 동안 소장 자리가 공석이었던 곳이다.
김 소장은 "평소 의료 행위에 대해 '코끼리 발톱 깎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코끼리는 발톱을 깎아주지 않으면 염증이 패혈증으로 번져 죽기까지 해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몽골에서 활동하다 코로나19로 한국에 돌아와 의료봉사를 하다 보니 동구보건소 직원들은 관리자 없이도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이 있겠다고 느껴 보건소장직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개성의 슈바이처'로 불린 김 소장은 북한에서 근무할 때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교통사고 환자들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당시 우리나라 부상자는 내가, 북한 부상자는 북한 구급차가 옮기도록 돼 있었다"며 "우리나라 사람처럼 보이는 부상자를 치료하고 보니 북한 사람이었다. 여전히 남북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개성공단에는 5만 명의 남북한 사람이 있었다. 남북이 함께 환자들을 진료하는 통일의 작은 시험대였다. 결핵이나 말라리아 등 북쪽의 감염병이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도록 방역을 했고, 치료 방법을 북한 의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파했다. 또 개성은 겨울이면 난방으로 인한 가스 중독 환자가 자주 발생해 산소통을 빌려주면서 교류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구 확진자가 유독 많았던 만큼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검사나 백신 확보에 비해 사후관리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완치 판정을 받은 코로나19 환자나 무증상 환자가 많은 곳으로 그만큼 코로나19 감염 후 관리가 중요하다"며 "코로나19 감염 후 환자들에 대한 재활치료나 심리치료에 기여하고 싶다. 여러 나라에서 감염 질환을 경험하면서 생긴 노하우를 잘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건소가 코로나19 대응과 방역 최일선에 있는 곳인 만큼 지역민들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최근 가족 내 감염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지역 하루 확진자가 3명 정도라고 치면 한 가구 구성원이 걸린 경우가 많다"며 "가족 내 감염이 숙지지 않으면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어렵다. 성숙한 대구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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