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까지 경북(대구 포함)은 대한민국에서 인구수로 1등이었다. 농업이 국가 경제의 중심이던 시절 일자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대구 섬유, 포항 철강, 구미 전자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에 세계화의 시류에 올라타지 못하고 청년들이 떠나면서 지방소멸 위기에 몰리게 됐다.
세계가 도시 간 경쟁으로 접어든 시대에 국제공항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인프라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공항을 건설하려고 무리수가 난무한다.
2019년 부산·경남이 김해신공항 확장에 이의를 제기했을 때 국토부 차관은 대구시장과 필자에게 김해신공항 계획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가덕도 공항은 기술적 문제 등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전문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내렸던 결론도 같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오자 전문가 의견도, 시·도 간 합의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리는 작태에 허탈하고 분노가 치민다.
대구경북은 다시 기로에 섰다. 가덕도공항을 건설하겠다는 부산·경남과 다툴 것인가. 합의대로 김해공항을 확장하라고 할 것인가. 밀양공항을 다시 주장할 것인가. 각각의 경우 우리의 통합신공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안은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해마다 청년이 수만 명씩 떠나는 현실 앞에서 또다시 네 집이냐, 내 집이냐 하며 허송세월할 수는 없다.
공항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에 하루빨리 우리 공항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다시 싸우기 시작하면 우리 공항도 못 만든다.
지난 1월 28일 추경호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24명이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대구경북 신공항을 영남권 및 중부내륙을 아우르는 물류·여객 중심의 관문공항으로 설정하고 주요 도시를 연계하는 도로·철도 등 교통망 확충과 배후도시 및 산업단지 개발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필자는 대구경북 국회의원 대부분이 서명한 이 법률안의 발의 취지에 동의한다.
김해든 가덕도든 결국 PK에는 새로운 공항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공항을 건설해 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두 공항이 어떤 관계가 될지, 미래의 항공수요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21세기 들어 허브공항이 아니라 중형공항끼리 직접 연결하는 수요가 증가했고, 저비용항공사(LCC)가 활성화되면서 지역 공항의 가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드론이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의 항공 교통수단 역시 변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혁신적 공항을 건설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보완한다면 영남권 전체가 세계적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했던 지난 여름, 우리는 통합신공항 입지를 확정해냈다. 서로 어려운 입장에 눈물도 흘렸지만 여름 볕보다 뜨거웠던 시도민의 열망이 우리를 한 걸음 나아가게 했다. 그때 우리가 신공항 입지를 확정해내지 못했더라면 지금 얼마나 더 '자중지란' 했을까 아찔하다. 공항을 둘러싼 정치권의 거센 공세에 맞서 실리를 얻을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 것은 통합신공항 입지를 확정해낸 시·도민들의 희생과 단합 덕분이다.
대구경북은 중요한 역사적 변곡점마다 특유의 희생정신과 대범한 결단으로 변화를 이끌어왔다. 이제 자신있게 우리 길을 개척하는 결단을 내릴 시간이다. 지역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며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부상하게 될 새로운 시대에 세계로 나가자. 우리가 딛고선 이 땅을 미래세대가 꿈을 펼치는 세계의 무대로 만들기 위해 하루빨리 제대로 된 공항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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