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詩) 쓰는 양복신사, 김철수 일신라사 대표

29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 2지구 4층 일신라사에서 만난 김철수 대표가 자신의 작품
29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 2지구 4층 일신라사에서 만난 김철수 대표가 자신의 작품 '철밥그릇 하나'를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의 삶과 자연의 섭리를 시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29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 2지구 4층 일신라사에서 만난 김철수(67) 대표는 "시는 언제나 우리 곁에서 시대상, 역사, 정신 등 가치를 전하는 메신저였다. 후세를 위해 돌탑 위에 작은 돌 하나 얹는다고 생각하며 시를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시 부문'으로 등단한 그는 어느 순간부터 물질적 안정보다는 정신적 안정을 찾고 싶었다. 김 대표는 "문득 아름다운 세상에 사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 생각나는 대로 메모를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정장 주머니에는 신문 스크랩이나 메모지가 항상 들어 있다. 김 대표는 "좋은 시나 글이 있으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습관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오랫동안 가지고 다니다 보니 찢어지고 손때가 묻은 것도 있지만 그것 또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시는 주제가 다양하다. 그는 "코로나 19, 6·25전쟁, 아버지 이야기 등의 삶의 이야기를 시에 담고 있다"며 "지금을 후세에 고스란히 남기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밥만 잘 먹고 산다고 좋다고 할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해 되새겨 보는 등 삶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다양한 주제로 시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학생 시절 뛰놀던 바다, 산, 들판에서 다양한 감정과 표현, 가치를 배웠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학생시절 학교가 멀어 매일 16km를 걸어다녔다. 오랫동안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작은 나무가 크고, 열매를 맺는 등 탄생과 성장, 쇠퇴, 소멸하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됐다"면서 "그때 배운 감정선 덕분에 적극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29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 2지구 4층 일신라사에서 만난 김철수 대표가 주머니에 넣고다니는 신문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29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 2지구 4층 일신라사에서 만난 김철수 대표가 주머니에 넣고다니는 신문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40년간 맞춤 양복점을 운영해 온 김 대표는 대학에 진학하기보단, 돈을 벌기 위해 이 업을 택했다. 그가 6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영덕군 축산항 앞 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대구로 거처를 옮겼다. 김 대표는 "40년 전 먹고 살려고 고향을 떠나 서문시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면서 "2년간 종업원으로 메이커 원단복지 대리점, 맞춤 양복점에서 일을 한 뒤 그 매장을 인수해 여태껏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5년간 한자리에서 메이커 원단복지 대리점, 맞춤 양복점을 해왔지만, 지난 2016년 11월 30일 새벽 서문시장 4지구에서 발생한 불로 모든 것을 잃었다. 그는 "4지구에서 일해오다 불이나 원단과 매장이 사라져버렸다"며 "35년을 매일 출근하던 곳이 사라져 허망했다. 이같은 마음을 담아 시를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귀중한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김 대표는 "꾸준히 연구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영감도 받을 수 없고 좋은 글을 남길 수 없다"면서 "집에서 꼭 신문,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작품을 출품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2019 계간 '문예세상' 시부문 본상, 2019년 한국청소년신문 제16회 문학대상, 2015년 세계일보 제10회 세계문학상 시 부문 본상을 받았다. 그는 "그간 맞춤 정장을 판매하며 자투리 시간에 책장을 넘기고 또 넘기며 살아왔다"며 "펜을 잡고 힘든 일을 이겨내고, 꿈을 싹틔우는 아름다운 힘이 될 수 있기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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