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과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정치권의 가덕도 신공항 드라이브와 관련해 문재인정부가 공고한 국토개발 최상위 계획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정부는 2019년 12월 국가의 국토개발 최상위 계획인 제5차 국토종합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가덕도 신공항이 아니라 김해신공항을 건설하고 연계 인프라 및 복합운송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여당, 부울경 정치권은 이를 무시하고 계획 공고 1년 2개월여 만에 국가의 대계를 흔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절차적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지난해 11월 국회의원 130여 명의 서명으로 제안, 이를 2월 중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과거 정부와 국토종합계획
여당이 가덕도 신공항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과거 정부의 대선 공약급 국책사업 추진 과정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당시 정권도 굵직한 SOC 공약을 내세우면서 이를 국토종합계획에 반영시키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
2003년 2월 출범한 노무현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를 국토종합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2000년부터 20년간의 계획이 담긴 제4차 국토종합계획을 수정하는 작업은 2004년 1월 시작돼 2005년 12월 공고하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이명박정부 당시 4대강 사업 추진도 비슷한 선례다. 정부는 4대강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국토종합계획 수정 절차에도 힘을 쏟았다. 집권 3년 차인 2011년 1월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11~2020년)을 공고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 과정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여당은 문재인정부가 집권 후 3년 차 내놓은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년)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건설에만 수조원이 투입되고 도로와 철도, 배후시설까지 고려할 때 수십조원이 들어갈 초대형 프로젝트인 공항 건설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토종합계획에 명시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문재인 정부가 공고한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공고문에는 증가하는 항공수요 대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구공항 통합 이전을 대구시의 발전방향으로 제시했다.
통합신공항은 2016년 박근혜정부 당시 동남권 신공항의 결론이 김해신공항으로 난 뒤 군 공항 이전특별법에 따라 대구공항-K2 공군기지를 통합 이전하기로 하면서 물꼬를 텄다. 대구경북 시·도민은 공론화 논의, 주민투표 등 법적 절차를 거쳐 지난해 이전지를 결정했다.
현재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은 그간 진행된 모든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채 특별법을 통해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공항은 헌법과 국토기본법에 근거한 최상위 20년 단위 국가공간계획으로 국토종합계획과 공항시설법에 의해 5년마다 수립되는 공항개발종합계획에 따라 건설된다.
김해신공항 역시 이 길을 따랐다. 2015년 1월 영남권 5개 단체장은 외국 전문 업체의 타당성 검토 결과에 따르기로 했고 그 결과 김해신공항으로 확정됐다.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수립 고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 움직임 등으로 김해신공항은 폐기 위기에 몰렸고 가덕도 신공항은 점점 변수가 아닌, 상수가 돼 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9일 부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2월 임시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월 중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대구경북의 입장이 어느 방향으로 정리되는지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은 지난 28일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안을 제안하며 여당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반대에만 매몰되다 실리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2월 법안 통과에 앞서 영남권 5개 단체장이 한 자리에 모여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키워드=국토종합계획이란?
국토개발과 보전 등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국가 최상위 계획. 1972년 이후 3차례 국토종합개발계획이란 이름으로 추진됐다. 제4차(2000~2020년)부터는 국토종합계획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년)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2019년 말 공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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