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국, 오늘부터 홍콩인 대상 이민 확대 조치

홍콩인 70% 신청 자격 보유…"중국, 영국 이민 원천봉쇄" 관측

영국 정부의 홍콩인 대상 영국 시민권 획득 확대 조치가 31일 시행된다. 사진은 지난 29일 촬영된 영국 여권. AFP·연합뉴스
영국 정부의 홍콩인 대상 영국 시민권 획득 확대 조치가 31일 시행된다. 사진은 지난 29일 촬영된 영국 여권.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강력 반대 속에서 영국 정부의 홍콩인 대상 영국 시민권 획득 확대 조치가 31일 시행된다.

홍콩 시간으로 이날 오후 5시부터 홍콩 인구 750만 명 중 72%인 540만 명에 달하는 '영국 해외 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자격 소지자와 그 가족이 영국 정부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해 BNO 비자 신청을 예약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향후 5년간 32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의 홍콩인이 BNO 비자를 통해 영국에 이민 올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BNO 비자 신청 개시를 앞둔 지난 29일 이를 "내정 간섭"이라고 재차 규탄하면서 "31일부터 BNO 여권에 대해 여행증명과 신분증명 효력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 정부 역시 "중국 정부와 입장을 같이 한다"며 31일부터 BNO 여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BNO 여권은 영국의 홍콩 식민통치 유산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많은 홍콩인은 영국이 옛 식민지 홍콩의 시민들에게 완전한 영국 시민권을 부여하길 원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에 반대하면서 절충점으로 탄생한 것이 BNO 여권이다. 1997년 이전에 태어난 홍콩인이 BNO 여권을 소지할 경우 6개월간 영국에 체류할 수 있게 했다. 단 노동이나 거주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하지만 지난해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되자 '영국-중국 공동선언' 위반이라면서 홍콩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민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현재 또는 과거에 BNO 여권을 가졌던 모든 홍콩인이 BNO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거주·노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5년 뒤에는 정착 지위(settled status)를 부여하고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와 동시에 별도의 이민 예외조항인 'LOTR'을 마련하고 BNO 비자 신청 개시 전까지 6개월간 홍콩인들이 영국에 이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영국은 이 LOTR 조치를 통해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6개월간 약 7천 명의 홍콩인이 영국으로 이주해왔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BNO 여권 효력 중지를 발표하면서 향후 추가 보복 조치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홍콩인들의 영국 이민을 아예 봉쇄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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