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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의 이른 아침에] 법관 겁박용 탄핵 안 된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8일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임성근 부장판사. 연합뉴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우리 헌법은 법관이 탄핵 소추 대상임을 명시하고 있다. 법관은 징계 처분으로 파면할 수 없도록 한 대신 국회 탄핵으로 견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졌을 때 나는 법관 탄핵 추진이 정도라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검찰 수사 대신 법원의 조사로 진상 파악을 우선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법원 징계나 국회가 탄핵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법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나쁜 선례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법원의 재판 과정이 검찰 수사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 의뢰를 선택했다. 문재인 정부의 기대(?)대로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숱한 법관들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되었다. 현재까지 결과는 신통치 않다. 기소된 법관들이 대부분 무죄로 판명나고 있다. 당연히 사법 적폐 청산을 외쳤던 여권의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오늘 탄핵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한다. 법관 탄핵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야당은 존재가 없고 반대 여론은 무시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같은 편의 환호와 박수가 요란할수록 반대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선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을 다시 탄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임 판사를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문에서 '헌법 위반' 사실을 적시했다는 게 탄핵 추진의 명분이다. 탄핵은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감안할 때 판결에서 말한 대로 경미한 헌법 위반은 탄핵 사유가 되기 어렵다. "탄핵 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는 헌법 조문을 보아도 실익이 없다. 2월 말 예정된 임 판사의 퇴직 전 헌재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탄핵을 강행하는 것은 다른 이유를 의심케 한다.

최근 여권에 불리한(?) 판결 때마다 여권 지지자들의 법관 탄핵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이라기보다 판결에 대한 불만 표출이다. 최강욱 의원의 유죄 판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판결, 정경심 교수 유죄 판결 등이 그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건 법관들도 이들에게는 사법 적폐의 대상이다.

멀리 가면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법관들을 대상으로 한 유무형의 압력도 마찬가지다. 김 지사 유죄 판결 후 법정구속한 성창호 판사를 기소하여 법정에 서게 한 것이 오비이락인지 의구심이 든다. 실익이 없는 임 판사에 대한 탄핵 추진이 다른 법관들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게 아닌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개혁'이 '사법개혁'으로 옮겨가는 것도 이상 조짐이다. 지난 재판들보다 향후 예정된 재판을 더 의식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국 전 장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에 대한 재판 등이 대기 중이다. 어떤 명분에서건 법원과 법관에 대한 겁박을 위한 탄핵 추진은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 씨 등에 중형을 선고한 것은 현명한 법관들이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하는 경우는 적폐 판사들이란 말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상원의원 결선 투표를 앞둔 조지아주를 방문하였다. 지지 연설에서 그는 자신의 개혁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혹은 공화당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민주당 후보를 뽑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충성하도록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그들이 충성할 것은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이 나라의 국민입니다." 조지아주 연방상원 2석을 모두 민주당이 석권한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 덕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의원들이 충성할 대상이 대통령도 정당도 아닌 국민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탄핵을 추진하는 우리나라 의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그것이다. 당신들이 충성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닙니다. 당도 지지자들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 그리고 전체 국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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