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말 경북 청도의 한 사찰. 이곳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30대 남성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쓰러진 남성을 대나무로 때렸다는 60대 어머니였다. 아들은 지역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숨진 아들과 때린 어머니, 이 사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사에 나선 청도경찰서는 3시간 분량의 CCTV를 살폈다. 녹화된 영상엔 어머니가 2시간여 넘게 아들에게 매질하고 훈계하는 장면이 담겼다. 아들이 숨진 장소는 사찰 1층 거실이었고, 매질에 쓰인 도구는 1m 짜리 대나무였다. 어머니는 대나무를 들고 훈계와 매질을 반복했다. 수시로 바닥을 치기도 하며 아들을 다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마주앉은 아들에게 30~40분 정도 매질을 했고, 아들이 잠시 피신했다가 다시 들어오자 어머니의 매질이 심해지기도 하고 흐느끼는 장면도 담겨 있다"며 "사찰 관계자 등 3명이 이 장면을 목격했으나 아들을 훈계하는 것으로 여기고 말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체 부검 결과 아들의 사인(死因)은 '저혈량 쇼크사(피하 출혈로 인한 순환혈액 부족)'였고, 몸에 멍이 다수 발견됐으나 골절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들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6월 중순 이 사찰에 들어왔고, 운전 등 사찰의 잡일도 거들며 공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들이 절에서 규율을 어기고 말썽을 부린다는 이유로 사찰 측이 아들의 퇴소를 요청하자 훈계 차원에서 매를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어머니가 화가 나 매를 들었으나 자신의 매질이 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에 조사를 받을 때마다 흐느껴 울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아들이 충분히 피신이 가능한 공간임에도 잠시 도망을 다녀왔을 뿐이고, 어머니를 힘으로 제압하지도 않았다"며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 후 한 달여 만에 상해치사죄로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검찰은 현재 어머니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영상에서 어머니가 스스로 자책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 아들은 피신하지도 않는 등 안타깝게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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