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멋대로 그림읽기]신현찬 작 'madonna' Digital Print on Art paper

대중소비의 반영물 '팝아트', 무한복제 통해 시대의 열정과 삶의 에너지 선보여

신현찬 작
신현찬 작 'madonna' 54.9x74cm Digital Print on Art paper (2020년)

신현찬 작 'madonna' 54.9x74cm Digital Print on Art paper (2020년)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두 손을 뺨에 감싸며 눈물을 떨구고 있는 빨간 머리의 여인. 얼굴 표정은 슬픈 게 아니라 살짝 웃음기마저 돈다. 화면은 만화적 이미지로 그려져 웬만큼 그림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처럼 보인다. 한때 우리나라 대기업 미술관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란 작품이다. 가로 세로 길이가 1m도 채 되지 않는데 작품 가격은 700만 달러를 훌쩍 뛰어 넘고 있다.

미술이 시대의 거울이라면 '팝아트'는 대중 소비사회의 반영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경제 호황기를 맞은 미국은 소비사회로 진입하면서 대중문화에서 모티브와 이미지를 차용, 일반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파고들어 단숨에 미술계를 접수했다. 특히 앤디 워홀의 캠벨스프 깡통을 쌓은 작품이나 역사 속 혹은 당대 유명 인사들의 복제된 초상화 등이 평단과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계속될 것 같았던 대중미술, 즉 팝아트는 1960년대 후반부터 그 위세가 한풀 꺾였다.

신현찬 작 'madonna'를 보면 '행복한 눈물' 계열의 그림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작품도 팝아트 계열이다. 아트지에 디지털 프린트를 한 작품은 반쪽의 얼굴 윤곽과 눈, 코, 입을 굵은 검은 선으로 표현했고 붉은 루주를 바른 입술은 담배를 물고 있다. 지그시 감고 있는 눈과 담배 연기를 대비시켜 보면 전반적인 표정은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다.

작품의 모델은 척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마릴린 먼로다. 특히 왼쪽 입술 위에 있는 까만 점은 '차밍 포인트'(Charming Point·매력점)로 마릴린 먼로의 전매특허다.

신현찬은 "꼭 그림을 어렵게 표현해야만 깊은 뜻을 담는 걸까? 아니다. 내가 느끼는 바를 재해석함으로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작가가 작업을 하면서 갖는 중요한 관심 중 하나는 만날 수 없는 대상을 눈앞에 불러오는 것이다. 그 대상은 아련한 첫 사랑일 수도, 그리운 부모일 수도, 보고픈 친구일 수도 있다. 그 이끌림으로 기억을 살려 화려한 채색과 공허한 표정, 갈구하는 표정, 웃는 표정, 희망의 얼굴 등을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에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몇몇 스타인물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인물들을 통해 동시대 문화와 문명을 엿보고자 한다. 우리는 무엇에 열광하고, 매혹당하고, 만족하며 함께 살아가는 지를 말이다.

이를 위해 신현찬은 지금도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프린팅 작업과 변화를 통해 모자라는 부분은 색상과 선으로 채워나감으로서 시대의 열정과 삶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이 우리에게 치유와 힐링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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