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권력이다. 다소 거칠고 도발적인 표현이지만 분명히 카메라로 찍는 행위는 권력의 속성이 있다. 카메라를 든 사람의 반대편에는 필연적으로 피사체가 존재한다. 자신의 의도에 맞게 피사체의 모습을 기록하는 행위는 촬영자가 주도적 권력을 가지게 됨을 전제한다. 촬영을 위한 카메라는 일종의 무기와도 같다. 총을 발사하는 것과 촬영하는 것이 동일한 단어(shot)를 공유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찍는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행위다.
촬영자가 가지는 권력은 또 있다. 본 것을 촬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편집을 하고 사운드를 입히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그들의 주관이 개입한다. 가장 사실적으로 보이는 다큐멘터리조차 현실을 완전하게 재현해내지는 못한다.
편집의 과정을 거치며 피사체는 더 파편화되고 때로는 본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재창조되기도 한다. 실제 시간을 생략하고 압축하는 편집의 과정을 거치며 현실의 시간과 사건은 더 드라마틱해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사실과 현실이 소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 한 번 강조하지만 카메라는 권력이다. 그렇기에 카메라를 든 자는 녹화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선택된 진실을 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하며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한다.
스마트폰으로도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시대가 되면서 찍는다는 행위가 가지는 진지한 의미가 빠르게 희석되는 것 같아 조금 우려스럽다. 클릭 유도를 위해 소형카메라를 숨겨 비공개로 치러지는 장례식에 잠입해 촬영하거나, 코로나 방역을 소재로 시민을 놀라게 했던 몰래카메라 콘텐츠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유튜브 채널의 행태는 촬영자의 책임을 망각한 대표적 사례다.
사실 이것은 비단 1인 미디어만의 문제도 아니다. 알권리라는 방패 뒤에 숨어 억측과 가십을 사실인 양 보도하는 황색언론도 있고, 성폭력을 고발한다면서 성폭력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수준 이하의 영화도 있다. 카메라의 크기나 성능과는 무관하게 카메라를 든 자의 철학이 문제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 어려운 문제다. 그나마 몇 해 전부터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이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 가짜뉴스의 판별, 비판적인 미디어 소비 방법 등을 알려 주는 기존의 교육에 더해서 창작자의 윤리와 철학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다뤄주었으면 좋겠다.
콘텐츠 생산자의 자각과 자정만을 기대할 수 없으니 찍는 자의 철학 부재와 우매함을 강하게 질타할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 다수를 스마트한 비평가로 만드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감시 없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흉포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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