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구역 일대의 대중교통 체계 개편이 필요하지만, 대구시는 현재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서대구역 개통 이후 승용차 이용객이 몰려 일대에 주차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대로 개통되면 접근성이 좋은 동대구역에 이용객이 계속 몰려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달서구·북구 칠곡 잇는 직통 버스 없어
2일 오후 5시쯤 서대구역 인근 이현삼거리 버스정류장. 퇴근이 시작된 시간이지만 서너 명 만이 몸을 움츠리고 한참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10분 넘어서야 도착했다. 정류장에 멈춰선 240번 버스는 절반도 차지 않은 상태였다.
이 버스 노선 중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중구 2·28기념중앙공원과 남구 봉덕시장 정도다. 달서구와 북구 칠곡에 거주하는 이들이 서대구역으로 바로 올 수 있는 차편이 마땅찮다.
올해 서대구역이 개통하면 현재 주변 버스정류장을 오가는 노선이 그대로 유지된다. 간선은 240번과 234번, 524번, 204번 등 4개뿐이고 지선은 서구1, 서구1-1과 성서3 등 3개다. 이들 버스의 배차간격은 15~20분이다. 한 번 버스를 놓치면 10여 분 이상 기다리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이들 노선은 대구 8개 구·군과 고르게 연결돼 있지 않은 문제도 있다. 204번은 북구 금호지구에서 서구 대평리시장을 지나 대구역과 반월당역을 지나지만 달서구와 달성군, 동구는 거치지 않는다. 234번은 달성군 방천리에서 출발해 서구와 북구를 지나가지만 달서구, 동구 등과는 연결돼 있지 않다. 524번도 달성군 다사읍과 서구를 경유하지만 남구는 지나지 않는다.
지선이 연결된 범위는 더 좁다. 서구1과 서구 1-1은 서구와 북구, 달서구 일부만 연결돼 있다. 성서 3은 달성군과 서구 등만 이어져 있다.
이런데도 접근성을 높일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하반기 서대구역 개통을 앞두고 시는 대중교통 체계 개편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서대구역 활성화를 위해 버스 노선 신설·개편, 도시철도와의 환승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계획이 아직 없다.
시는 예산을 이유로 들고 있다. 코로나19로 버스 이용객이 줄면서 시가 버스회사에 보전해야 할 금액이 연간1천800억원에 이른다.
대구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서대구역세권 일부 주민들이 서대구역을 지나는 버스노선을 추가로 신설해 달라는 민원을 넣고 있다"며 "노선 하나를 변경하면 전면적으로 손을 봐야 하고 그에 대한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돼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열악한 대중교통이 주차난 심화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대구역 개통 이후 일대에 주차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서대구역에 올 수 있는 대중교통이 제한적이다 보니 탑승객들은 승용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일 오전 11시쯤 서대구역 남쪽 이현삼거리 주변 갓길에는 차량 50여 대가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이면도로인 서구 와룡로 99길과 와룡로 100길에는 차량이 교행하기 어려울 만큼 도로 가장자리에 차들이 빼곡하다.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전봇대 바로 옆에 비스듬하게 세워둔 차량도 있었다.
주차장도 턱없이 부족했다. 평일 오전인데도 유료로 운영되는 주변 민간 주차장은 만차였다. 인근에 승용차가 이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은 없다. 가장 가까운 공영주차장은 서대구역 부지에서 600m가량 떨어진 화물차 전용 달서교하부공영주차장이다.
시는 서대구역을 개통하면서 역사 내에 주차장 217면(남측 168면, 북측 49면)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2023년까지 서대구역 교통광장을 조성해 승용차 264대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주차장을 만들 방침이다.
하지만 서대구역 주변에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주차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대구역세권 재개발·재건축 이후 8천2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일대의 유동인구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대구역 인근이 산업단지라는 점도 주차난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산단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이 인근 골목길에 줄지어 세워둔 차량이 지금도 적지 않다.
한국철도공단 관계자는 "서대구역의 경우 택시와 승용차를 이용한 탑승객이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택시 수요를 반영해 완공 직전에 설계 심의를 다시 받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차장의 경우 대구시가 운영 주체인 만큼 수요 예측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역균형발전도 난망
이대로 서대구역이 개통될 경우 지역균형발전도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에서 상대적으로 교통이 낙후된 서구의 경우 서대구역 개통으로 지역 발전을 꾀하고 있으나 대중교통 체계가 개편되지 않으면 이마저도 물거품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주한 대구 서구의회 구의원은 "서대구역이 개통되면 현재 동대구역에서 내리는 인원의 절반은 서대구역에서 내린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나 대중교통 체계가 개편되지 않을 경우 타 지역에서 대구로 오는 탑승객은 상대적으로 교통편이 편리한 동대구역을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시는 역세권 개발 계획에 포함된 서대구복합환승센터를 2025년 착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1차 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민간사업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을 검토·보완하는 중이다. 복합환승센터를 통해 주차 수요 해소와 대중교통 연계 확충 등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서대구역 개통 이후 4년 이상 걸린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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