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 설민석이 역사 왜곡 논란으로 하차하고 다시 돌아온 tvN 역사 예능 '벌거벗은 세계사'가 또 다시 혹평을 받았다. 이번엔 페스트다.
박흥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31일 페이스북에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하였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며 "설민석이 문제인줄 알았더니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문제인 듯하다"고 혹평했다.
이날 오후 10시 40분 방송한 '벌거벗은 세계사' 4회는 유럽 인구 3분의 1을 죽인 전염병 '페스트'를 다뤘다. 장항석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중세 시대 페스트에 대응했던 국가와 사회의 분투 과정을 설명했다.
이 방송분에 대해 박 교수는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며 "흑사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던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는 "통계나 병인학적 측면에서도 최근 해석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카파 공성전에 대한 자료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 기록한 것이 아니고 신뢰할 수도 없는데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해석해 나쁜 것은 다 아시아에서 왔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켰다"고도 지적했다.
강의 전반에 깃들인 중세에 대한 편견도 꼬집었다. 그는 "흑사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라는 희망이 시작되었다고?(동시대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따지자면 르네상스가 시작한 후 흑사병이 발생하였죠.)"며 "구체적으로 지적하려 들면 끝도 없을 듯하고 그럴 가치도 없다"고 일갈했다.
박 교수는 "힘들게 자문해 주었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다"고도 언급했다.
특히 그는 "프로그램 제목에서 세계사라는 단어만이라도 빼서 역사를 다루는 방송이라는 오해를 막아야 할 듯하다. 그냥 즐거운 오락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역사가 방송에서 고생이 많다"고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역사적 주제를 전달하려면 프로그램을 당장 폐지해야 옳다"고 촉구했다.
박 교수는 '흑사병과 중세 말기 유럽의 인구문제', '흑사병은 도시 피렌체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등의 논문을 썼다.
이에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은 "지난달 30일 방영된 페스트 편은 관련 내용을 의학사적 관점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라며 "방송 전 대본과 가편집본,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의 학자들에게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벌거벗은 세계사 4회 시청률은 5.1%(유료가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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