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은 IB 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교사가 강의 위주로 수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탐구, 토론, 발표하는 수업으로 바꾸고 평가도 그에 맞춰 변화를 주려는 것이다. 시교육청이 생각하는 교실 수업 개선책이다.
수업과 평가가 바뀌면 학생들도 변한다. 시교육청은 IB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과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IB 교육을 경험한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IB 월드스쿨'로 공식 인증받은 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이하 경대사대부초) 교장과 학부모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상근 경대사대부초 교장
-IB 교육은 귀족 교육이란 인식도 있다. 공교육에 적합한 교육인가
▶전 세계 IB 학교들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 한 가지로 수업한다. 그러나 우리는 모국어로 수업하기에 그런 부담이 없다. 학생이 별도로 부담하는 교육비도 없다. 학교가 부담하는 연회비는 대구시교육청이 전액 지원한다.
아시아권에서 다수 국제학교가 IB 교육을 하고 학비도 비싸 귀족 교육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선 오히려 여건이 열악한 공립학교 중 IB 학교가 더 많다. 대구도 공립학교 중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 IB 교육을 도입하면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공교육에 IB 교육을 도입하기까지 어려움과 효과는
▶IB 교육은 수업 설계와 진행, 결과 분석까지 전 과정에 걸쳐 교사들의 협력이 필수다. 각 교과를 융합한 주제를 해결하기 위해 탐구 유닛(UOI : Unit of Inquiry)을 설정할 때부터 교사들이 함께 수업 설계를 해야 한다. 우리는 각 교실에서 수업을 위한 교재 연구를 따로 하는 풍토여서 이런 분위기가 아주 낯설다. 학교 문화가 완전히 탈바꿈돼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부분이다.
IB 교육이 만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교육 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이를 해소할 방안에 대해 시사해주는 면이 많다고 본다. IB 교육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각 학교에서 동료교사 간 협업으로 교육내용을 설계-진행-평가할 수 있는 과정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IB 교육을 받으면서 학생들이 변화한 점은
▶IB 교육의 학습 방법은 교사에게 의존하지 않고 제시된 과제를 혼자 또는 팀별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끊임없이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가 수업을 이끌지 않아도, 쉬는 시간에도, 집에 가서도 학생들의 학습은 계속 진행된다.
IB 교육에서 평가는 학습 설계 단계부터 마칠 때까지 함께 이뤄진다. 즉 수업이 평가이고, 평가가 곧 수업 과정이다. 별도 평가의 부담에서 벗어나 오로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수업과제뿐 아니라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에서의 조그마한 일들도 깊이 관찰하고, 불편하거나 문제점이 있으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된 것 같다.

◆경대사대부초 학부모 전지현 씨
-IB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와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는가
▶아이가 배울 때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예전엔 문제집이나 교과서를 놓고 문제를 풀거나 익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IB교육을 받은 이후 아이는 더 많은 것을 활용하게 됐다.
누군가를 소개하는 글쓰기를 한다면 소개 대상을 관찰하고 질문 문항을 작성해 인터뷰하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고, 소개 글이 들어간 책을 검토해보기도 한다. 학습할 때의 모습이 완전히 능동적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시험 성적 등 결과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IB 교육을 받고 나서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탐구 유닛마다 제공하는 별도 통지를 통해 아이들이 어떻게 앎에 다가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학부모로서 IB 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 바뀐 점은
▶학교에서 학부모 대상 연수를 꽤 자주 개최했다. 아마도 학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했으니 그럴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 알지 못하는 교육을 시작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배우지 않고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아주 컸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살아갈 아이들이니까 말이다.
지금은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IB 교육은 큰 '프레임워크'라고 들었다. IB라는 틀에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잘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교과를 통합해 배우니 교과목 간 전이가 더 잘 일어나고 배움에 더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 만족한다.
-IB 교육을 하는 중학교나 고교로 진학시킬 생각이 있는가
▶아직 깊이 생각하진 못했으나 아이가 IB 교육을 계속 받길 원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다. 아이가 희망할 때 IB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많은 학교에서 IB 교육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공교육에서 IB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들이 많이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대학에서도 IB 교육으로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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