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푸틴의 궁전’

김지석 디지털 논설위원
김지석 디지털 논설위원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체포된 이후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에는 러시아 전역의 약 100개 도시에서 시위가 열려 5천 명 이상이 체포됐다. 수감 중인 나발니가 유튜브를 통해 흑해 연안의 고급 리조트 시설이 기업인들의 기부로 푸틴을 위해 지어진 '궁전'이라고 폭로하자 반푸틴 여론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나발니는 전체 68만㎡의 부지에 건축면적 1만7천㎡에 달하는 대규모 리조트 시설의 항공 사진과 설계 도면 등을 공개했으나 푸틴 대통령은 이 리조트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며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의 알려진 별장은 흑해 연안의 남부 도시 소치에 있으며 이곳에 외국 정상들을 초청해 비공개 정상회담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통령 공관은 무려 20채이며 2000년 푸틴이 집권한 이래 9채가 늘었고 이 중 상당수는 초호화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8월에 푸틴의 정적이었던 보리스 넴초프가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 북동쪽 팔다이 호숫가 9.3㎢ 크기의 푸틴 별장은 극장과 볼링장 등을 갖췄고 모스크바 남동쪽 사라토프의 3층짜리 집에는 고급 가구와 당구장, 수영장 등의 시설이 있다. 또 발트해 인근 성 2개, 볼가강 인근 빌라들, 코카서스산 자연보호지역의 스키 별장 등이 푸틴의 소유로 알려져 있다.

넴초프는 이 같은 폭로로 푸틴에 타격을 입힌 뒤 2015년 2월에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넴초프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살의 위기를 넘긴 뒤 최근 러시아로 돌아와 수감됐지만, 앞서 2017년에도 푸틴의 호화 별장을 폭로한 바 있다. 세그렌 빌라로 알려진 이 별장은 핀란드만 로도크니섬 일대에 있으며 몇 개의 저택과 실내 수영장, 헬기장, 부두 등을 갖춘 것으로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나발니의 용감한 귀국과 폭로는 굳건했던 푸틴의 지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푸틴의 지지율이 높아 정국이 불안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외신의 시각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과 동떨어진 푸틴의 호화 생활이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가 늘면서 이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앞으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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