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방부 약속 어기고 훈련 강행" 포항 수성사격장 갈등 고조

2일 훈련 재개 위한 지형정찰 비행…주민들 봉쇄 시위에 깃발 화형식까지
주민들 헬기사격 시행 시 ‘사격장 밀고 들어갈 것’ 실력행사 예고

국방부가 수성사격장 내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강행을 통보하자 인근 주민들이 항의시위를 펼치며
국방부가 수성사격장 내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강행을 통보하자 인근 주민들이 항의시위를 펼치며 '국방부 장관'이란 글자가 새겨진 깃발을 죽창으로 찌르고 불을 지르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신동우 기자

"국방부가 자신들이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이번 정부가 지역민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분노마저 치민다."

국방부가 2일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의 사전 준비활동인 지형정찰비행을 시행(매일신문 21일자 10면 등)하자 주민들은 트렉터로 주 진입로를 막고 봉쇄 시위를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인 1일 오후 늦게 배포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11월 미(美)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유예한 이후 국방부 차관 등 관계관이 포항지역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대화를 시도하고, 소음피해 지역에 대한 이주방안 연구용역 등 다각적 노력을 했으나 주민과의 협의 자체가 어러운 상황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불가피하게 2월부터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며, 향후 주한미군의 아파치헬기 사격여건을 보장하면서 지역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훈련 일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이 국방부 관계자 등에 전달받은 소식에 따르면 4일쯤 훈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주민 반대에 따라 헬기 사격훈련을 잠정 중단하고 군민협의체 구성 등을 구성해 차후 훈련 일정을 조정하기로 사전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훈련 재개를 일방 통보하자 주민들은 2일 현장 시위를 열고 4일 훈련 재개시 사격장 내 돌입 등 실력행사까지 예고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수성사격장 주 진입로에 트랙터를 세워 통행을 막고, 국방부 장관 사퇴 및 수성사격장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방부 장관'이란 글자 등이 쓰여진 깃발을 죽창으로 찌르며 화형식까지 거행하는 등 성난 민심을 그대로 표출했다.

국방부가 중단됐던 수성사격장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이달 안에 재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아파치헬기 1대가 사격 훈련에 대비한 지형 관측용 정찰비행을 하고 있다. 신동우기자
국방부가 중단됐던 수성사격장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이달 안에 재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아파치헬기 1대가 사격 훈련에 대비한 지형 관측용 정찰비행을 하고 있다. 신동우기자

이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오전 11시에 예정된 지형정찰비행 일정은 취소됐다가 오후 3시쯤을 기해 지형정찰비행이 완료됐다.

조현측 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주민협의 후 훈련 재개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선 차곡차곡 훈련 재개 준비를 해온 것이 드러났다"며 "수성사격장 건립 후 60년간 국방의무에 협조해온 주민들을 국방부가 계속 몰아붙여 적폐세력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1960년 건립 이후 해병대 등의 사격 훈련장으로 쓰이던 수성사격장은 지난해 2월부터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시행되던 주한미군 헬기 사격훈련이 갑작스레 옮겨오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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