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남산동 한 주택에 거주하는 A(65) 씨는 요즘 소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주택과 6m 떨어진 거리에 재개발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면서 철거와 발파 등으로 소음과 진동에 시달리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집 천장마저 내려 앉았다. 발파 충격 탓이라고 판단한 A씨는 중구청과 시공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소음은 기준치를 넘지 않았고 균열은 발파로 인한 것인지 증명이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대구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등 각종 공사현장이 늘면서 소음과 분진, 균열 등을 호소하는 민원도 급증했다. 하지만 마땅한 피해 보상 방법이 없는데다 보상금액을 두고 시공사와 주민 간 의견 차이가 커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2일 대구시에 따르면 8개 구·군에서 공사 중인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은 2019년 19곳에서 지난해 29곳으로 늘었다. 이에 소음, 분진 등 사업 구역에서 발생한 민원도 같은 기간 3천809건에서 6천577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민원이 2배 이상 증가한 곳으로는 중구(1천184→2천201건), 동구(532→1천10건), 수성구(572→1천135건), 서구(251→610건), 달성군(55→389건) 등이 있다.
문제는 피해 민원이 계속 늘어남에도 마땅한 구제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시공사와 주민 간 보상합의를 거치거나 공사현장의 소음 초과에 대한 구청의 과태료 부과가 전부다. 당사자 간 합의가 어려울 경우에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보상 금액을 두고 당사자 간의 의견 차이가 크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시공사로부터 받는 보상금액이 적어 위원회를 이용하는 주민들도 있는데 이곳에서도 보상금액이 10만~20만원 정도로 크지 않다"며 "민원인 중 큰 보상금을 바라고 제도를 이용하는 분들도 있지만 정신적 피해 자료 등 제출해야 할 서류에 비해 보상은 크지 않다"고 했다.
특히 균열의 경우 보상은 더욱 어렵다. 대개 지자체와 시공사 측이 민원인의 집을 방문해 균열을 파악하다. 그러나 균열이 공사 때문인지, 집이 낡아서인지 원인 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지자체는 균열에 대한 피해보상을 시공사에 강제할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보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금액에 대한 당사자 간 의견 차이가 크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균열 등 집수리를 요구하면서 100만원 이상의 큰 금액을 요구하는 주민들도 많다. 하지만 다른 건물과 형평성 문제로 시공사 측에서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은 민원인들이 원하는 만큼 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극래 대구가톨릭대 건축학과 교수는 "시공 현장에서 발생한 민원을 둘러싸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소송 상대가 대형 건설사이다보니 개인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큰 공사가 있을 경우 지자체가 책임지고 주변 건물을 수시로 점검해 주민 불이익을 막도록 중재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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