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별똥 노학자의 경북 사랑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1664년 10월 9일부터 1665년 2월 15일까지 조선 관리 여럿은 하늘 살피기에 온 신경을 쏟았다. 천변(天變)이 일어난 탓이다. 본 바는 그대로 나라에 보고됐다. 2개월 20일간의 천변으로 왕(현종)과 신하들이 한 말과 일은 실록에 남았다. 천변을 살피고 적은 관리의 일부 이름과 성(姓), 관직도 전하고 있다.

당시 조선이 알지 못했던 곳(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도 1664년 12월 4일~1665년 3월 20일 96일간 하늘에서 빚어진 현상을 지켜봤다. 또한 네덜란드인으로 붙잡혀 당시(1653~1666) 조선에 머물다 귀국한 하멜도 13년간의 조선 삶을 보고한 '하멜표류기'에서 조선인들의 긴장된 2개월 20일 이야기를 적었다.

조선 관리들은 1664년 갑진(甲辰) 10월의 별이라 '강희삼년갑진시월혜성'(十月彗星)으로 불렀다. 다른 곳 사람은 'C/1664 W1'의 학명(學名)을 붙였다. 조선의 관리와 다른 곳의 사람이 함께 하늘을 보고 기록을 남긴 것은 바로 혜성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지난 2019년부터 해마다 한 권씩 발간되는, 국내외 천문학 관련 고서(古書)를 골라 풀이한 '과학고서해제집'에 나온다. 이 작업은 경북 영주 출신의 조선 천문학자 김담(金淡)을 기리는 마음이 남다른 나일성 원로 천문학 박사와 김규탁 전 경북도 과장, 이계순 편저자 등 여러 사람이 벌이고 있다.

특히 나 박사는 자신의 이름에 별(星)이 있어 호(號)조차 '별똥'으로 할 만큼 우주에 관심이 깊고, 경북과는 남다른 인연이다. 2002년 예천에 개인의 나일성천문관 문을 열었고, 김담을 기려 (사)과학문화진흥원을 꾸렸다. 영주에는 분원을 내고 학술행사 등으로 그를 빛내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한때 잘못된 소송에 휘말려 힘들었지만 법원 판결로 바로잡았고, 흔들리지 않고 경북에 쏟는 애정은 한결같았다.

1932년 태생이니 90세 노학자로 경북을 아끼고 천문학 대선배 김담을 추모하고 고서해제로 경북에 또 다른 천문 문화유산을 남기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대구경북의 한결같은 지지에도 눈앞 선거에 눈이 뒤집혀 헌신짝처럼 대구경북을 차버린 어느 80대 고개 노정치인 소식 속 청량한 길을 가는 별똥 학자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부디 별똥 노학자가 바라는 천문학 고서 100권의 해제 작업 소원 이루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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