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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영상] '사지로 내몰린 동물들의 절규'…대구 동물원 방치 현장 가보니

3일 오전 대구 한 동물원이 원숭이. 인간에게 화가난 듯한 모습으로 경계하고 있다. 장성혁 기자
3일 오전 대구 한 동물원이 원숭이. 인간에게 화가난 듯한 모습으로 경계하고 있다. 장성혁 기자
3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 에코테마파크 내 동물원의 모습.
3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 에코테마파크 내 동물원의 모습.

3일 오전 9시 30분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한 에코테마파크. 한적한 주차장을 지나 입구 매표소로 향했다. 매표소 문은 닫혀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테마파크 위로 걸어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을 뒤따라 오르자 눈 앞에 들어온 풍경은 '폐허'를 방불케했다. 놀이기구는 멈춰있었고 부서진 시설물들과 쓰레기들을 보면서 적어도 수개월은 영업을 하지 않은 듯했다.

좀 더 안으로 오르자 테마파크 내 자리한 동물원 입구에는 '임시 휴장합니다'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은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 이곳 테마파크 동물원의 사진을 공개하며 지난해 휴장 이후 원숭이를 포함해 낙타, 라쿤, 양, 염소, 거위 등을 방치했으며,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기척을 느낀 거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안은 물론 유리창도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인기척을 느낀 거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안은 물론 유리창도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3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 에코테마파크 내 동물원의 모습.
3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 에코테마파크 내 동물원의 모습.

이날 동물원의 모습은 비구협의 주장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동물원 우리 이름표에 있는 동물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텅빈 우리들이 계속됐다. 안쪽으로 조심스레 들어간 곳에서 겨우 찾은 동물은 투명 유리 안의 거위 한마리와 멧돼지 한마리, 염소 한마리가 전부였다.

인기척을 느낀 거위가 울부짖었다. 우리는 관리가 되지 않아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현장에는 사육사가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의상이 창고에 널부러져 있었다. 원숭이 우리 한쪽 벽은 물이 얼어붙어있었다.

우리 밖에서 돌아다니는 토끼는 먹을 것이 없어서 흙과 나뭇가지를 파헤쳤다. 털 관리가 전혀 안된 양은 움직일 힘도 없는 듯 가까이 다가가도 가만히 있기만 했다. 털은 배설물이 묻어 딱딱히 굳은 상태였다.

비구협은 이곳에 대해 "인근 야산에 방치된 토끼, 양, 염소들이 주위에 민원을 일으켰고, 이들을 제대로 사육하고 관리하기 힘들어지자 잔인하게 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분이 넘게 테마파크 안을 돌아다녀봤지만 관리자나 직원을 한명도 찾을 수 없었다. 간혹 이곳을 산책하러 오르는 주민들만 마주칠 수 있었다.

한 주민은 "지난해 코로나로 사람들의 방문이 적어 운영이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동물들을 저렇게 방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죽했으면 근처 누군가가 음식을 가져다주고 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동물원을 부실하게 운영한 테마파크에 대해 비구협은 "대구시청과 대구지방환경청에 동물학대에 의한 격리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환경당국은 진상을 조사한 뒤 관련 법에 따라 대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3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 에코테마파크 내 동물원의 모습. 시설물이 방치된 채 있었다.
3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 에코테마파크 내 동물원의 모습. 시설물이 방치된 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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