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인 리더십' 한계 봉착?…중도 외연 확장 지지부진, 보수층도 외면

부산 행보 대구경북민 분노…이슈 제기 능력 예전만 못해
먼저 손 내민 안철수와 불협화음…당 체질 개선보다 승리 집착

국민의 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 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도력 한계론이 거론되고 있다.

애초 당의 영입 취지였던 중도로의 외연확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노골적인 보수진영 무시로 핵심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어 당이 사면초가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유의 불통 스타일에 따른 내부 불만도 폭발 직전이고 위기를 맞을 때마다 빛을 발했던 국면전환용 이슈 제기 능력도 예전만 못 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당내에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는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있지만 당장 선거가 눈앞이라 적전분열(敵前分裂)을 간신히 피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어차피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집으로 갈 사람이 아니냐!'는 국민의힘 내 공감대(?)가 파국을 막고 있는 버팀목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무소속 금태섭 전 국회의원의 '제3지대 경선' 제안을 수락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금태섭 후보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 모여 단일화하고 1차 단일화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와 2차 단일화 경선을 통해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는 "저희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 예비경선 A조라면, 국민의힘은 예비경선 B조가 될 것"이라면서 "야권 후보 적합도나 경쟁력 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제가 포함된 리그가 A리그"라고 국민의힘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기자간담회에서 "금태섭 후보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를 지렛대로 한 당의 중도성향 유권자 설득카드가 힘을 잃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2차 단일화가 남아 있지만 당의 쇄신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날아갔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진들을 중심으로 안 대표의 국민의힘 경선 참여 의사를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개진이 있었지만 김 비대위원장이 '따로 국밥'식 야권후보단일화를 고집해 결과적으로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당의 의지가 퇴색됐다"며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직결된 선거가 다가오자 김 위원장이 나름의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제1야당의 체질개선보다는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정치적 전리품에 더욱 목을 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1야당 후보가 야권단일후보가 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승리해야만 자신의 위상이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안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시하는 김 위원장의 사감(私感)이 야권분열이라는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4월 재보궐선거를 넘어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려면 제3지대에 있는 안 대표와 제1야당의 전략적인 연대가 매우 중요한데 그 토대를 김 위원장이 주저앉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믿든 곱든 정권교체라는 대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反)문재인 연대의 응집력을 높여야 하는데 김 위원장의 지금 행보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며 "먼저 손을 내민 안 대표와의 불협화음도 넘지 못하는 제1야당 대표가 어떻게 중도를 아우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른바 '산토끼'(고정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중도층)만 바라보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집토끼'(기존 지지층)의 반발도 극에 달하고 있다.

그동안 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던 텃밭의 등에 칼을 꽂았던 지난 1일 김 위원장의 부산행보에 대구경북 지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고 당이 배출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청산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어떻게 여야가 총력전으로 나설 차기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거세다.

이에 자유연대, 국민주권자유시민연대,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은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위원장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김 위원장은 '3자 구도로도 이긴다' '단일화 안 해도 승리한다'는 망발을 하고 있다"며 "지켜본 국민의 결론은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폭정을 중단시킬 정치적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실망의 뜻을 밝혔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번 서울‧부산 보궐선거도 지면 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당사에 이렇게 연전연패하는 정당도 없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한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는 김 위원장의 소통방식에 대한 내부 불만도 쏟아진다. 반복되는 소귀에 경 읽기 같은 상황에 지쳤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대구경북의 한 현역 국회의원은 "공당은 대표의 직관이 아니라 집합지능으로 운영되는 것이 기본"이라며 "김 위원장의 의견수렴 거부가 거듭되다보니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뽑는다'는 뒷말을 남기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들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본 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지지하는 의미로 서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산을 찾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들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본 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지지하는 의미로 서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한 때 담론제조기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각광받았던 김 위원장의 이슈제기 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뜬금없이 부산시민들조차 고개를 갸웃하는 한일해저터널 카드를 던지는가 하면 4일부터 대정부질문에 나설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여권의 성추행 행각을 부각하는데 집중하라는 내부 문건까지 유출됐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반발이 뻔 한 가덕도신공항건설을 당론으로 찬성하는 모두걸기에 나선 행태도 상식밖이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제기한 이슈의 강점이었던 참신함도 사라지고 제1야당의 품격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상황에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민의힘의 대정부질문 방침 문건에 대해 "가짜뉴스였으면 좋겠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의 역량은 다급하고 위기에 몰렸을 때 더욱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최근 김 위원장의 언행은 그동안 그가 내놓은 화두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며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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