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홍 부총리, 직(職)을 걸고 여당의 포퓰리즘 공세 막아내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사퇴 주장이 쏟아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4차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방식 추진에 홍 부총리가 반대하자 회의 참석자들이 사퇴 공세를 편 것이다. 민주당은 홍 부총리가 반발한 4차 재난지원금 선별과 전 국민 동시 지급을 강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민주당의 선심성 대책에 '나라 곳간'을 책임진 홍 부총리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국가 재정을 고려하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4차 재난지원금을 마련하려면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여당의 포퓰리즘 공세로 나라 곳간이 거덜 날 게 뻔한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가만히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민주당의 정치·선거 논리에 굴복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만큼 이번 사안도 결과 예측이 어렵지 않다. 홍 부총리는 민주당의 포퓰리즘 압력을 돌파하지 못하고 끌려다니기만 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부동산 감독기구, 2차 재난지원금, 추경 편성 등이 민주당 뜻대로 됐다. 민주당이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으면 처음엔 반대 의견을 말하는 척하다 이내 입을 다물고 당의 지시를 따랐다. 오죽하면 홍두사미(洪頭蛇尾) 별명까지 얻었겠나. 이번에도 반대하다 물러나는 행태가 되풀이될까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카드로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압승한 것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재연하려고 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권의 현금 살포가 현실화할 게 뻔하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도 경쟁적으로 '재정 퍼주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부총리가 나라 곳간 지킴이로서 소신을 관철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홍 부총리가 자리를 걸고서라도 여당의 포퓰리즘 공세를 막아내기 바란다. 옷을 벗는다는 각오와 결기로 국가 재정건전성 사수에 최선을 다하는 게 나라 곳간 지킴이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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