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연예인은 비난받는 것보다 잊혀지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공포'로 느낀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난 한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언론의 주요 지면을 독차지(?) 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가장 성공한 정치인'으로 꼽힐 수도 있겠다.
그 성공의 여파가 '전직(前職)' 장관이 된 현재도 미치고 있다. 추미애 씨가 지난달 법무부 장관 퇴임 직전 광복회로부터 영광스럽게(?) 수여 받은 '독립운동가 최재형상(賞)'에 대해 최재형 선생(1860~1920) 후손들이 "광복회가 2020년부터 시상해온 최재형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에는 최재형 선생의 4대손 최표트르(러시아 거주), 5대 손녀 김나디아(캐나다 거주), 4대 외손 박타티아(카자흐스탄 거주)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20여 명의 후손과 알마티·모스크바의 독립유공자 후손 협회 2곳이 서명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김원웅의 광복회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단결시키고 분노시킬 만큼 '성공적인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최재형기념사업회 역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최재형상을 준 광복회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문영숙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지난주 "(광복회) 김원웅 회장은 최재형상을 세 차례나 남발해 사업회에서 만든 최재형상의 권위와 위상을 추락시켰다. 이에 김 회장에게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으나 김 회장은 사업회를 무시하고 설상가상으로 친일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김기봉 광복회 대의원협의회 대표도 '광복회의 최재형상 시상은 최재형 기념사업회의 고유 권리를 침탈한 것이며, 광복회가 사업회나 유족의 승인 없이 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광복회장의 권력 지향의 착각'이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작성해 광복회 대의원들에게 배포했다.
광복회 측의 반박은 정말 추미애스럽다. 김원웅의 광복회는 "신채호상, 이육사상을 만들어도 다른 단체들은 아무 말 없는데 왜 최재형기념사업회만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상자의 친(親) 정권·좌파 편향성 논란에 대해서는 "독립운동 정신 선양에 기여한 인사를 선정하고 친일비호 세력을 배제했을 뿐이다. 사업회의 주장은 억지이며 정파적"이라고 적반하장식 반박에 나섰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수상 논란'은 비록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주연은 김원웅의 광복회와 최재형기념사업회 및 유족이고 이미 전직이 되어버린 추미애 씨는 조연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이때문일까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3일 장관 재임 시절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검찰개혁 방법론(方法論)이 담긴 A4용지 42장 분량의 논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추미애 씨는 "막연했던 구호로서 검찰개혁이 아니라 실천으로서 검찰개혁을 구체적으로 절감하며 더욱 분명하고 또렷하게 다가온 검찰개혁의 과제를 정리해 봤다. 검찰개혁의 선두에서 부딪히고 깨지면서 그럴수록 더욱 단련되고 다듬어진 검찰개혁의 열망을 오롯이 담았다."고 했다.
'추미애스럽다'는 신조어 이전에 '조국스럽다'를 창조해 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이를 공유했고, 조국의 딸 조민 씨가 한전 산하 한일병원 인턴으로 합격하자 '제인 에어'로 비유한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좋아요'를 눌렀다.
이 정도 관심으로는 좀 부족했는지, 추미애 씨는 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했다. 역시나 '검찰개혁 팔이'를 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열심히 공을 들였지만, 검찰의 집요한 로비로 국회에서 막혀버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한탄하신 노무현 대통령님을 떠올리며"라는 글을 올렸다.
추 전 장관 자신을 향한 비판과 비난은 오롯이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세력의 음모이고, 자신은 피해자이면서 '불굴의 검찰개혁가'라는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쉬운 점은 추미애 씨의 '불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동들이 주요 뉴스가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에피소드쯤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상을 들썩들썩하게 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질까 두 눈에 불을 켜고 'SNS 짓'에 몰두하는 추미애 씨의 모습이, 이미 'SNS 놀이'에 푹 빠져 중독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전(前) 전(前) 법무부 장관 조국 씨의 얼굴과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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