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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피아니스트 선우예권 "2년 만에 대구 관객 앞에 서려니 가슴 설레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5일 리사이틀 앞두고 매일신문 단독 인터뷰

5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연주 모습.
5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리사이틀을 갖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연주 모습.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비롯해 크고 작은 국제 콩쿠르에서 8번이나 1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지난해 11월 첫 공식 앨범을 냈다. 선우예권은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현재 전국 투어 중인데, 5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돼 연습을 몇 달간 쉰 적이 있다. 다시 건반을 두드리니 살아있음을 느낀다"면서 "2년 만에 대구를 찾아왔는데, 저도 설렌다"고 했다. 이하 일문일답.

-첫 앨범이 '모차르트'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15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처음엔 힘들었다. 동료 등 앞에서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했는데 그들이 칭찬해주면서 인정도 해줬다. 또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중 세미파이널 무대 때 모차르트를 연주했는데 호평을 받았다. 그후 나도 모르게 모차르트에 이끌려 선택하게 됐다. 녹음하면서 느낀 건데, 모차르트 곡은 신기하다. 유쾌한 음악인 것 같으면서도 그 안을 보면 열정, 슬픔, 고뇌가 가득하다. 앨범은 두 장의 CD로 구성됐는데, 첫 번째 CD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고, 두 번째 CD는 홀로 공허함을 느낄 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음악이다.

-'한국인 최초 1위', '최다 국제 콩쿠르 우승' 등 기록이 많다. 콩쿠르에 많이 도전한 이유는

▶운도 많이 따랐다.(웃음) 우선 생활비가 많이 필요한 미국에서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한 이유가 가장 컸다. 되돌아 보니 잦은 출전 만큼이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보이는 등 아쉬움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언제부터 피아노를 쳤고, 커티스음악원 생활은 어땠나

▶초등학교 2학년 때 누나 두 명이 피아노 치는 모습에 질투가 나 어머니를 졸라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됐다. 당시에는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에서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이상하게도 하면 할수록 피아노 치는 게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서울예고 1년 때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했다. 언어 문제로 힘들었지만 음악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악기들과 함께하는 교향곡, 실내악뿐 아니라 가곡과 오페라까지 찾아 듣고 익혔다. 특히 스승으로부터 연주자로서 가져야 할 성품과 인정, 음악을 대하는 태도 등을 배웠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연주 중 상념에 잠긴 듯 허공을 응시하며 연주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연주 중 상념에 잠긴 듯 허공을 응시하며 연주하고 있다.

-취미, 좋아하는 작곡가는? 공연 준비할 때 습관이나 징크스는 있나

▶특별한 취미는 없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고 나면 집중도도 높아진다. 예전에는 체력 운동을 안 했는데, 요즘은 필요한 것 같아 유산소 운동, 특히 스트레칭을 많이 한다. 모차르트와 쇼팽, 슈베르트 등 독일과 오스트리아 작곡가를 좋아한다. 쇼팽은 멜로디가 선명해 누구나 좋아하고, 모차르트는 쾌활하고 명랑하지만 복잡한 이면도 있어 매력 있다. 슈베르트 음악을 들으면 잔잔한 멜로디가 가슴을 적시고 또 여운이 오래 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 연주하려고 하는 음악의 작곡가와 사랑에 빠져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어 그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징크스라면 징크스인데, 공연 10, 20분 전 물로 세수를 하고 무대에 선다. 연주 중 땀이 눈에 들어가면 따가워 신경이 쓰인다. 세수하면 땀이 눈에 들어가도 덜한 것 같아 꼭 세수를 한다.

-최고 전성기는 언제일 것 같나

▶전성기가 있을지 모르겠다.(한참 생각한 후) 바라건대 죽기 직전이면 좋겠다. 그때까지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성장해가고 싶다. 아마 죽기 전이 저의 전성기일 것 같다.(웃음)

-훗날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을 표현할 때 수식어가 어땠으면 좋겠나

▶이 질문도 어렵다. 특별히 선호하고 원하는 수식어는 없다. '연주하는 곡의 숨결과 온도가 느껴지는 연주자'. 그러면 행복할 것 같다.

-이번 수성아트피아 연주에 앞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2년 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왔다.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힘들면 힘든대로, 휴식 중이라면 더 편안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 마음이 정화되는 악장이 있고, 애잔하고 슬프게 변주되는 악장도 있고, 운명적으로 어두운 느낌이 다가오는 듯한 곡도 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감상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에게 투자해 스스로를 오롯이 느끼셨으면 한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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