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구 남구 한 요양병원에 80대 아버지를 입원시킨 아들 A(59) 씨는 최근 1년 가까이 지속된 대면 면회 금지 때문에 불효를 저지르는 것만 같아 괴롭다. A씨는 "군대 보낸 아들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데, 아버지를 이렇게 오래 못 볼 줄 알았다면 요양병원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그는 "이러다가 다시는 살아계신 모습을 못 뵐까 싶어 너무 불안하다"면서 "가끔은 너무 안 오다보니 아버지가 '안 오는 건가'라고 오해할 때도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오는 것'이라는 걸 이해시키려고 할 때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요양시설 환자에 대한 대면 면회 금지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가족들이 애를 끓이고 있다. 지난해 3월 하순부터 실시된 대면 면회 금지 후 이번 설에도 환자와 가족간 직접 만남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건강상태와 안부를 전해만 듣는 상황이어서 가족들의 근심은 더욱 크다.
대구의 요양원은 256곳, 요양병원은 70곳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3월 20일 이후 감염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요양시설 관리지침에서 임종환자 등 특별 사유를 제외하고는 가족 방문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고령층과 기저질환자가 많아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이유다.
대구 한 요양원 관계자는 "자식이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환자들이 가장 상처를 받는다. 특히 요양원에는 치매환자들이 많아 코로나 때문에 자식들이 방문을 못 한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더구나 대면 금지가 길어지면서 '자신을 완전히 버렸구나' 생각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요양원에선 설날을 맞아 환자와 보호자 간 비대면 영상 면회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요양원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때 영상 면회 참가 여부를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보호자에게 보냈을 때 '안 하겠다'는 답을 한 가족들도 있어 씁쓸했다"고 했다.
면회 금지로 가족 접근이 제한되자 환자 관리 소홀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해 70대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입소시켰던 B(40) 씨는 "최근 넉 달 만에 요양병원에 있는 아버지를 만날 기회가 생겼는데, '안정을 취하고 있는 사람이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에는 피부질환이 있고 온몸에 욕창으로 가득했다"면서 "이러려고 면회를 금지했나 싶더라"고 토로했다.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모든 단계에서 요양시설은 접촉 면회는 금지인데, 이를 틈 타 환자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코로나 이전에도 시설에 보낸 부모를 사실상 방치해왔던 사람에게는 코로나가 도덕적 해방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면 안 된다. 시설에서 대면이 법적으로 금지됐다고 손놓고 있을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화상통화를 해주는 등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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