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헌법의 명칭은 '기본법'(Grundgesetz)이다. 1948년 독일연방공화국(서독) 창건 시 '헌법'이 분단을 영구화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우려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주권과 통일이 확보될 때까지 국가가 기능할 수 있는 일시적인 법이지만 헌법과 같은 권위를 갖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1990년 통일 후 통일헌법을 제정하지 않고 동독 지역이 통일 독일연방에 가입하는 내용으로 기본법을 개정함에 따라 그 명칭은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각설하고) 주목되는 것은 기본법이 법관은 '법률과 양심'이 아니라 법률만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법 제정 당시 '양심에 따라'라는 표현을 넣을지를 두고 논의가 있었으나 이렇게 결론이 난 것이다. '국민감정'이란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법을 대신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파괴했던 나치 시대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다.
그 악몽을 실천했던 법관이 나치 법무 차관을 거쳐 '민족재판소' 소장을 지낸 롤란트 프라이슬러였다. 나치 집권 후 기존 법률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법조인들을 압박해 모든 법률이 '국가사회주의'를 뒷받침하도록 했다. 그 요체는 특정 행위가 불법이 아니어도 '여론'이 요구하면 처벌하는 것이었다.(나치 형법 제2조) '정치적 결정'으로 법적 판단을 간단히 무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프라이슬러는 이를 판사들에게 강요했다. "공명정대함을 포기하고 오로지 국가사회주의 정신으로만 판결하라"고 했다. 1942년 단심(單審)인 민족재판소장이 된 뒤에는 직접 실천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민족재판소는 5천여 건의 사형 판결을 내렸는데 그가 내린 것만 2천600여 건에 달한다. 그중에는 영국 BBC방송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처형된 사람도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프라이슬러와 다르지 않다. 정권이 죄가 있든 없든 판사를 탄핵하려 하니 탄핵돼야 한다는 철학(?)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프라이슬러는 1945년 2월 미군의 베를린 폭격 때 피고인 서류를 가지러 법원 건물로 들어갔다가 건물이 붕괴하면서 사망했다. 법관의 양심과 명예를 정치집단에 팔아넘긴 김명수 대법원장도 마찬가지다. 생물학적으로는 살아 있지만, 법관으로서는 죽은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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