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순아, 십육 년 이란 세월을 함께 살아온 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천국으로 간지가 100일이 됐구나. 함께하는 동안 큰 탈 없이 자라준 것에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이제야 하게 되네. 천국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 거지? 네가 꿈에라도 한 번은 왔다 갈 텐데. 영 와주질 않는 걸 보니 엄마 아빠 없다고 울지 않고,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할게.
어린 네가 처음 왔을 때 너를 어떻게 대하고 다루어야 할 지를 몰라서 난감해 한 일도 많았었지. 우리 식구 모두가 너와 편하게 지낼 사이가 되었을 때는 가족들은 서로 너를 차지 하려고 다투기도 했었단다. 네가 작은 치킨 윙봉을 삼키다가 캑캑거렸을 때는 또 얼마나 놀랬던지, 맛난 별식을 맛보게 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단다. 잔병없이 말썽 부리지 않고 봄이면 꽃피는 공원에도 가고,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에도 가보고, 어느 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날듯이 뛰어 다니다가 감기가 들어 며칠을 고생한 적도 있었지. 좋은 일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일도 있는 게 세상일이구나라고 생각 했었단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너를 보러 갔었어. 네 유골함 옆자리에 친구들이 여럿 더 생겼더구나. 천국에서도 같은 곳에서 왔다며 인사를 트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잭순아, 네 옆에 새로온 친구 (이름이 제로 란다) 는 암에 걸렸었단다. 병원에서 너무 늦게 발견 되는 바람에 수술도 못해보고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단다. 그 친구가족들은 물리적인 방법보다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맞서기로 했단다. 하지만 제로는 점점 더 약해졌지. 제로의 식구들은 제로가 자연스럽게 명이 다하는 날 까지, 삶의 여행이 끝나는날 까지 모든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이들이기로 했단다. 그리고 제로가 죽음의 공포속에서 세상을 등지지 않게 해줄 것을 마음 먹었단다. 매일 매일 이별 연습을 하고 서로의 눈빛이 그것을 인정할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단다. 결국은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제로는 평화로운 마지막을 보냈다고 하더구나.
잭순아!! 너는 한번도 우리 가족을 실망시키거나 귀찮게 하거나 놀라게 한 적 없이 정말 건강하게 함께해 주어 너무나 고맙구나. 밖에는 하얀 눈이 내리네. 감기 들지 말고 잘 지내렴. 생각나면 또 편지 쓸테니까 외로움 타지 말고 제로랑 친하게 잘 지내. 사랑한다. 잭순아!!.
(동물들은 탄생과 죽음 그리고 그 너머의 흐름을 그들의 방식으로 터득하고 있는 대가(大家)들입니다. 그들은 모든 생명체의 가장 중요한 사건중의 하나인 "죽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경이로움 으로 준비해야 함을 인간에게 가르처줍니다. -리타레이놀즈)
<경북 성주 반려동물 장례식장 강아지 펫헤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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