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춘절'은 중국인에게 각별하다.
우리처럼 조상을 모시는 차례를 지내는 일은 없지만 도시에서 일하는 4억 '농민공'들이 일 년에 단 한 번 고향에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는 기회다. 코로나 19로 중국 방역당국이 핵산검사 의무화와 사전허가제 등을 통해 춘절귀성을 통제하는데도 적잖은 중국인들이 고향에 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물론 예년에 비해서는 춘절귀성인파나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은 예년의 17억 명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만난을 무릅쓰고서라도 고향에 가는 중국인의 숫자 또한 만만치 않다. 기차표나 항공권을 끊으려면 최소한 7일 이내의 코로나 핵산검사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고향에 가더라도 귀성객은 사실상 외출금지다. 자가격리가 필수이며 귀성한 후에도 일주일마다 코로나검사를 해야 한다. 지방도시에서는 타 지역에서 일하다가 돌아온 귀성객이 있는 집에는 아예 문에 '출입금지' 통지를 붙여버리기도 한다.
춘절 귀성객으로 인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촌 서기와 촌장 등을 해임하는 등의 강한 문책이 잇따르면서 이번 춘절에는 고향에 돌아오는 귀성객을 불허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많은 중국인들은 이번 춘절에 일 년여 만에 고향을 찾는다. 핵산검사를 제시해야 하는 기차 등의 대중교통을 통한 귀향보다는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이용한 농민공의 귀향을 막을 수는 없다.
중국당국은 귀성 농민공들이 다시 대도시로 되돌아갈 때 핵산검사 요구와 2주간의 자비격리 등 엄격한 코로나 방역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귀성한 농민공들이 한동안 자신이 일하던 도시로 되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식당 등 특정 직업군의 단기부족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공식적인 춘절연휴는 11일부터 17일까지 딱 일주일이다. 그런데 이미 중국의 춘절연휴는 시작됐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공장 문을 닫는다. 이미 중국 교통당국은 1월 28일부터 정월 대보름인 원소절(元宵节)까지를 춘절특별수송기간인 '춘윈(春运)'으로 정하고 특별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장 즐거워야 할 중국 최대 명절 춘절이지만 이번 춘절은 중국인들에게 가장 우울한 춘절이 될 것 같다.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 춘절에 필자는 춘절을 끼고 있는 한 달여 동안 중국에서 여행프로그램 촬영을 하면서 중국인들의 춘절 문화를 제대로 체험했다. 춘절은 오롯이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축제의 시간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코로나 사태와는 동떨어진 듯 세계 최고의 방역을 자랑했다.
지난해 춘절 연휴기간인 1월 23일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武汉)을 전격 봉쇄한 지 76일 만에 4월 8일 '우한봉쇄령'을 해제했다. 그 때만 해도 중국은 사실상의 코로나바이러스 완전 종식선언을 한 것인 줄 알았다.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았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 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의 두 번째 춘절을 덮쳤다.
최고지도자 시진핑 주석은 춘절에 대한 중국인의 애틋한 정서를 감안, 지난해 춘절 때는 코로나 사태에 대해 오판한 바 있다.
"예방과 통제에 주의를 기울이되, 그로 인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일으켜 춘절 분위기를 해치지는 말라"며 춘절귀성을 전혀 통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춘절민심을 보살핀다며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 그 시점에 윈난성을 찾아 촌간부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홍보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가 지금 맞고 있는 춘절 코로나 확산 비상인 셈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춘절 방역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중국이 '우한폐렴' 사태라고 불리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초기에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전 세계가 지금과 같은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는 2022년 당 대회를 앞두고 차기 후계구도를 내놓아야 하는 시 주석 입장에서 후계구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희석시키면서 시간을 벌어준 측면도 있다. 그러나 올 춘절 코로나 방역의 성패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춘절기간 이후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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