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평 공간에 새 100마리…" 동물시설 관리 부실 도마위

새장 잔뜩 녹 슬고 거미줄…체온 유지 돕는 난방기도 없어
청소 안 된 수조 속 물고기와 마른 모습의 사자 등

대구 수성구의 한 동물원 수조가 청소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대구 수성구의 한 동물원 수조가 청소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최근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 동물을 방치했다는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지역의 다른 동물 관련 시설에서도 관리 부실 의혹이 일고 있다. 조류를 취급하는 판매장에서는 열악한 환경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 오후 대구 수성구 한 실내 동물원. 수조 안에는 이끼와 녹조가 잔뜩 끼어 있었고 벽과 유리는 제대로 닦지 않아 동물을 제대로 보기조차 힘들었다. 이 동물원에서 전시하는 사자도 다른 동물원 사자에 비해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 있었다.

한 방문객은 "수조가 너무 더러웠고, 냄새가 났다"며 "직원들이 이곳 동물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사실상 방치 상태인 것 같다"고 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은 이 동물원에 대해 '수조 관리가 안돼 악취가 난다', '동물들이 많이 굶주려보여 마음이 아프다'고 리뷰를 남겼다.

지역의 다른 동물원 사육 관계자는 이 동물원 수조 상태에 대해 "보기에는 2~3일은 청소를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위생상태는 충분히 의심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해당 동물원 관계자는 "직원 5명이 관리하기에 빠듯한 것은 사실이다. 일부 직원은 급여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동물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의 한 조류판매장의 모습. 새장이 다닥다닥 붙은 채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대구 중구의 한 조류판매장의 모습. 새장이 다닥다닥 붙은 채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동물원 뿐만 아니라 동물을 판매하는 업소 또한 관리가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5, 7일 대구 중구 조류 판매업소 4곳을 방문해보니 한 곳은 3.3㎡ 남짓한 공간에 100마리 정도의 새가 50여 개의 다닥다닥 붙은 새장에 갇혀 있었다. 다른 곳은 새 모이통에 썩은 모이가 굳어 있었다. 새장 내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거나 새장은 오래돼 녹이 잔뜩 슬었으며, 새들의 체온 유지를 위한 난방기구는 없거나, 있어도 가동을 하지 않았다.

조류 판매업소 업주들은 "난방기구를 가동하거나 설비를 교체할 경우 경제적으로 손해가 심하다"며 "한 공간에 많은 새가 있어 냄새나고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새 한마리의 분비물이 많지 않아서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위반된 사항이 있다면 고발조치하겠다"고 했고, 중구청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동물 판매업소에 대해 방문해 행정지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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