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가족의 처신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세상 사는 일이 마음대로 된다면, 거꾸로 사는 재미가 줄어들 것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가족의 처신이다.

올해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생 프랭크 바이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형인 대통령을 끌어들인 광고 때문이다.

가족의 부적절하거나 부정한 처신은 대개 들통나지만, 본인은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그렇다.

때론 그렇게 하지 말라며 부탁하거나 주의를 요청하고, 권력자일 때는 감시자를 붙인다. 가족을 파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원수지간이 된 이들도 있다.

고위 공직자 등 유명인이나 평범한 사람이나 가족의 처신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도 가족의 처신을 놓고 도마 위에 오른 이가 한둘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이름을 더 빛낼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탄핵당해 나쁜 이미지만 더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과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들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아버지와 동생을 앞세워 실리를 챙겼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주목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어떠한가. 그는 형과 형수와의 마찰로 얼굴에 똥칠했다.

일반인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운전 중 접촉사고만 내도 우리 아들이 권력기관에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어르신이 있다. 병원에 가더라도 아는 의사나 간호사를 들먹인다. 자식 자랑을 낙으로 삼는 부모도 많다. 듣는 사람과 당사자들이 싫어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가족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에 매우 관대하다. 큰 허물로 여기지 않는다. 그만큼 혈연이 사회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설이 다가왔다. 코로나19로 가족이 모이는 정상적인 명절을 보내지 못하지만, 명절 때만이라도 만나서 정을 나누는 화목한 가족은 얼마나 될까. 주위를 보면 재산 다툼과 부모 봉양 문제 등으로 남보다 못하게 지내는 가족들이 많다.

그래도 진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움 되는 이는 가족 아닐까. 조상을 모시고 가족을 챙기는 건 우리의 훌륭한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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