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한 동물원에서 벌어진 일들이 국민 공분을 사고 있다.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휴장에 들어간 이 동물원에서 낙타, 원숭이, 라쿤 등 5종의 동물 13개체가 굶주림과 혹한으로 고통받는 모습이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폭로된 여파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는 며칠 만에 동의자가 수만 명에 이를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실태를 폭로한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동물원 측이 식수와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고드름이 얼릴 정도의 추위 속에서 사육장이 방치됐으며 동물 학대도 벌어진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물원 측은 "경영상 문제는 있었지만 동물 학대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려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동물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동물들이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것만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일차적으로 동물원 측에 잘못이 크지만 대구시의 지도 감독에도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시국에 동물원이 휴원했다면 수용 동물 관리에 대해 철저한 점검을 벌였어야 했는데도 대구시는 비대면 점검에 그쳤다. 폭로 이후 여론 비난이 폭주하자 대구시는 그제서야 현장 점검을 벌이고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 등 뒷북을 쳤다. 얼마 전에는 대구시가 운영하는 달성공원에서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2마리가 실종됐는데 진상 파악의 열쇠인 CCTV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역시 현장을 등한시한 예다.
동물원 동물 방치 및 학대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구미 선진국의 경우 동물원 인가 조건이 엄격하고 재인가 검증을 주기적으로 벌이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동물원 등록제를 택하고 있는 통에 영세 민간 동물원 난립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원이 경영난에 봉착하면 동물 복지는커녕 동물들이 생지옥에 빠지는 구조인 것이다. 학대받는 동물들을 보게 되면 동심(童心)도 상처를 받는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동물원 인허가 관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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