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살아생전 '과학은 갈 길이 멀지만 인류에겐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라는 책에서 막 우주를 탐험하기 시작한 인류를 '해변가에서 조약돌을 줍는 어린아이'에 비유했다. 신화가 문명의 여명기에 생겨나는 것이라면 과학은 우리시대의 신화이다. 새로운 '축의 시대'를 바라보는 미래신화이다. 나는 해묵은 신화를 과학기술로 해체한다.
S.F는 사이파이(Sci-fi) 즉,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이다. 나는 내가 상상한 사이파이신화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상상은 다양한 형식으로 구체화된다. 미래신화는 이미지로, 입체로, 때로는 영화를 닮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하나로 묶인 책이 되기도 한다. 이야기는 작업의 방아쇠가 되어 세포분열을 시작한다. 다양한 결과물의 게놈 지도 역할을 하는 미래신화가 내 작업의 시작인 셈이다.
좁디좁은 우물 안에서 동그란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개구리를 사람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라며 비웃는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문명의 여명기 인간의 조상들은 신비롭고 두려운 미지의 것들을 해석하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했다. 그렇게 신화라는 태초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이야기는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질문에 답을 주고,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 그리고 같은 이야기를 공유한 무리를 하나로 뭉치게 하여 문명을 일궈 낸다. 그러니 신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간직한 D.N.A에 영혼처럼 아로새겨진 '원형'같은 것이 아닐까. 문화와 종교와 과학으로 구체화될 인간의 가슴 속 깊이 내제된 이야기로서의 신화 말이다.
오래전 우리는 넓은 세상을 조망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허락된 좁고 동그란 하늘만 바라보며 사는 답답한 개구리였다. 그래서 시간을 인식할 때도 한 눈에 전체를 조망하는 전관(全觀)의 시각을 갖지 못하고 과거, 현재, 미래로 흘러가는 선형적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관찰하고 생각하는 개구리다. '저 바깥은 동그란 하늘일까? 아니야, 구름도 지나가고 달도 지나가고 해도 지나가는 것을 보면 가늠할 수 없이 큰 세상일거야.' 빗방울이 떨어지고, 낙엽이 흩날리는 동그란 하늘은 마침내 동그란 천체 망원경으로 변한다. 과학적 사유의 시작이다. 수평선에서 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고, 행성들 간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관찰하며 빅뱅을 유추한다.
우리는 모두 우물 안의 개구리다. 그렇지만 현상의 파편을 그러모아 세상이라는 레고를 조립하는, 사유하는 개구리다.
나는 동시대 과학기술로 미래신화를 쓴다. 그것은 내가 상상한 사이파이신화이며, 아득한 과거의 신화를 과학기술로 해체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작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난감하고도 불가능한 질문을 받을 때면 내가 상상한 '미래신화'로 답하고 싶다. 그동안 일상의 이야기를 써왔는데, 이제 남은 지면은 내가 상상한 미래신화를 써보고자 한다. 내 작업의 비밀이다. 기대하시라!
리우 영상설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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