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준, 김종인에 쓴소리 "보수당 텃밭 '졸' 취급해선 안돼"

"욕심 버리고 당 체질개선 신경을"
"TK 배신감 방치하면 부담 클 듯…보수 무조건적 지지 흔들릴 수도"
"신공항 문제 선거 때문이었다면 지역민에게 제대로 양해 구해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 매일신문DB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 매일신문DB

"공당의 대표가 정치적 텃밭을 졸로 취급해선 절대 안 됩니다. 호남에 가서는 과거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무릎까지 꿇고, 선거가 코앞인 부산에서는 절을 하다시피 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를 씁쓸하게 바라보는 대구경북 시도민의 배신감을 방치한다면 두고두고 보수당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쓴소리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동남권신공항 입지 결정 과정에서 정치권, 특히 '보수당'의 대구경북 무시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여야를 막론 선거라고 무조건 부산지역 민심만 쳐다보고 가는 게 못 마땅하다"며 "공항입지와 관련해 지난했던 지역 간 갈등을 봉합한 '대타협'(영남지역 5개 광역단체장 합의)을 깔아뭉갠 정치적 결정은 향후 대형국책사업을 진행할 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과정관리'에 치명적인 하자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 때문에 불가피했다면 대구경북 지역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관리가 반드시 필요했는데 국민의힘이 이를 간과했다"며 "지난해 4·15 총선 공천과정에서 자행됐던 텃밭에 대한 노골적 무례에 공항파동까지 얹어지면서 보수당에 대한 대구경북의 무조건 지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대놓고 핵심지지층을 등한시하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대구경북의 지지는 '자동'으로 보고 중도성향 유권자 설득에 매몰돼 있는데 웃기는 얘기"라며 "물불 못 가리는 행보로 여기(대구경북)가 무너지면 보수자유우파 기반이 모두 무너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전 위원장은 당 안팎에서 김 위원장의 정치적 욕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를 전하며, 김 위원장이 '보수당 체질개선'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충고하기도 했다.

벌써부터 당 안팎에서 김 위원장이 '재보궐선거 승리'라는 전리품을 지렛대로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도모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고, 심지어 김 위원장이 선거 후 자신의 입지확보를 위해 야권의 지리멸렬(선거 패배)을 기대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게 김 전 위원장의 훈수다.

그는 "김 위원장이 4월 이후 행보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로 자신의 진정성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야 보수진영이 사활을 걸고 있는 재보궐선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위원장은 4월 재보궐선거 이후 야권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차기 대권주자와 그 추종세력의 이합집산으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이때 보수의 본류로 평가받는 대구경북이 어느 정치세력을 선택(지지)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지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필연적으로 다가올 야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지역출신 인사에게 힘을 실어주든, 기존 지지정당에 대한 의리를 지키든 그 선택은 시도민의 자유"라면서도 "지난해 총선 공천 당시의 노골적인 지역 무시와 현재 관문공항 정국에서 당하고 있는 치욕 대한 '계산'은 반드시 해야 최소한의 지역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텃밭에 안하무인격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물론 김 위원장의 헛발질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 정치인들에게 민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당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