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8년 고구려 패망 전에 만들어졌으나 평양에 수장(水藏)돼 잊힌 물건이었다. 그리고 728년 지나 이성계가 막 조선을 세운 1396년, 한 집안이 비장(秘藏)하던 탁본 한 장을 내놓았다. 이를 받은 태조 이성계는 '길이 자손만대 보배로 삼을 만한 것'(寶重之)임을 알고 탁본 내용을 돌에 새기게 했다.
그리고 석각된 '보배'는 다시 517년 흐른 1913년, 대학에서 천문학을 배우고 한국에 파견된 미국인 선교사 유부수(劉芙秀·Will Carl Rufus)의 한 편 논문에 등장했다. 그러나 보배를 다룬 논문은 1970년대 들어서야 한국인에게 겨우 퍼졌다. 고구려가 남기고, 이성계가 돌에 새긴 보배를 많은 사람이 알기까지 무려 1천300년쯤 걸린 셈이다.
다시 세월을 보내고 1985년 이성계의 바람처럼 자손만대 전할 국보 22호가 됐다. 크고 작은 별 1천467개를 새긴 석각 천문도는 별 숫자만큼의 해를 거쳐 국보 대접을 받았으니 바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다. 특히 조선에는 비슷한 이름의 '건상열차분야지도'(乾象列次分野之圖) 등 천문 기록과 자료가 숱하나 아는 후손은 드물었다.
이런 사연의 선조가 남긴, 하늘의 별 움직임과 현상을 다룬 옛날 천문 도서 내용을 세상에 쉽게 퍼뜨리기 위해 경북의 천문 자산에 오랫동안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 나서고 있다. 일본에서 발견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소행성을 갖고 있고, 경북 예천에 개인 천문관도 열었던 국제 학계에서 명성 있는 나일성 원로 천문학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주인공이다.
조선조 천재 천문학자로 알려진 경북 영주 출신 김담(金淡)을 기려 만든 (사)과학문화진흥원을 이끄는 올해 아흔의 나일성 노학자 등이 지난 2019년부터 연말에 펴낸 '과학고서해제집'이 올해는 예산난에 발간이 힘들다는 소식에 경북도 등이 추경 편성으로 길을 찾는 모양이다. 특히 경북도에는 천문 자산이 많다. 신라 첨성대나 예천 천문 시설 등 흩어진 천문 자산은 경북의 자랑 아닌가.
천문에 헌신한 노학자가 혼신으로 모신 국내외 필자가 머리 맞대 펴낸 두 권도 평가할 만하지만 올해 3권째 발간에 이어 해제(풀이) 작업이 이어지면 이는 전국 어느 곳도 넘볼 수 없는 문화자산이 될 수도 있다. 경북이 이를 넘어 잘 쓰면 그 덤의 효과는 알 수조차 없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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