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권 눈치 보며 공항 문제 책임 회피하는 국토부의 직무유기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 대한 정치권의 입법 폭주 국면에서 국토교통부의 존재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및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 정부 주무 부처로서 중심을 잡고 논란을 종식시키는 데 앞장서기는커녕 정치권 눈치나 보면서 다른 부처 뒤에 숨어버리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김해신공항 건설 백지화와 관련해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밝힌 국토부 처신은 개탄스럽다. 8일 김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총리실 산하 검증위 발표와 관련해 법제처에 유권 해석을 2차례 의뢰했는데 질의 내용이 달라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김해공항 산악 및 구릉 절개 가능 여부 등 구체적 유권 해석을 의뢰한 것과 달리, 두 번째 의뢰에서는 구체적 내용을 삭제하고 단순히 '협의 요청 주체' '시기' 등만 질의했다는 것이다.

결국, 국토부가 처음에는 총리실 검증위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가, 나중에 김해신공항 건설을 위한 자체 판단이 어려워 법제처의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180도 태세를 바꾼 셈이다. 국토부가 주무 부처로서 의무를 도외시한 채 맹탕 질문을 하면서 법제처 뒤에 숨으려 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야말로 '영혼 없는 공무원'의 전형적 모습이다.

TK(대구경북)를 제외한 여야 정치권은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면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치권이 절차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하자투성이인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선거용 매표 행위이다. 국토부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 가덕도신공항을 짓겠다면 김해공항 존치 여부에 대한 정부의 입장 발표가 선결돼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해서도 국토부는 꿀 먹은 벙어리를 자처하고 있다. 선거만 이기면 된다는 정치권의 입법 폭주로 막대한 국가적 낭비와 손실이 뻔히 내다보이는데도 방관만 하는 국토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의 부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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