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상 세배, 용돈·세뱃돈 온라인 송금…코로나가 바꾼 설 풍경

성묘 대신 사이버 추모관 참배…친지 인사는 영상으로
가정 상차림도 사진 찍어 전달…"명절 문화 사라진 것 같아 씁쓸"
무리한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마음 나눌 수밖에 없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내부모요양돌봄타운에서 면회 온 아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어머니께 세배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내부모요양돌봄타운에서 면회 온 아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어머니께 세배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코로나19가 설날 풍경을 확 바꿔버렸다. 5인 이상 모임과 이동이 제한되면서 귀향길은 한산했다. 온 가족이 모여 차례 지내고 떡국 먹고, 새배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명절이다. 부모, 자식, 손주에 대한 그리움을 코로나가 가로막을 수는 없다. 만나고 손잡지 못해도 마음은 벌써 고향에 있다.

'영상이나 사진을 통한 비대면 새해 인사' '설날의 꽃인 새뱃돈 전달을 위해 온라인 송금이나 계좌이체 준비' '성묘 대신 온라인공간에서 추모'….

시민들은 '비대면(언택트) 설 명절'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A(68) 씨는 이번 설에 손자를 볼 수 없어 속상하다. 코로나19로 지난 추석에도 자식들과 손자들을 볼 수 없었는데, 이번 명절에도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 탓에 가족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설에는 자녀와 손자들의 세배를 영상통화로 받을 예정이다. A씨는 "맛있는 음식을 해놓고 손자를 기다리는 게 명절의 낙이었는데, 이번 설은 영상으로 세배 받는 게 전부다"며 "세뱃돈도 직접 손에 쥐어주면서 손자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은데, 현실은 은행 송금으로 보내는 방법밖에 없다. 고유한 명절 문화가 사라져가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부모를 찾아가지 못하는 자녀들은 마음의 부담이 크다. 비대면으로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탓에 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B(58) 씨는 "차례상 준비가 만만찮을 텐데 도와드리지 못해 마음의 부담이 크다. 직접 만들어 보내드릴까 생각 중"이라며 "코로나가 확산된 지난해부터 용돈을 계좌이체해 드렸는데, 이번 설에도 어쩔 수 없이 이체하기로 했다"고 했다.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한 10, 20대들은 온라인 송금을 이용해 세뱃돈을 받거나 모바일 상품권인 '기프티콘'을 받는 경우도 있다. C(19) 씨는 "30대 사촌 형들로부터 새해와 대학 입학 축하 선물로 화장품을 기프티콘으로 받았다"며 "직접 볼 수 없다보니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달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옹기종기 앉아 식사를 할 수 없는 탓에 상차림도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가정도 있다. D(73) 씨는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어서 설날 상차림을 사진 찍어 자녀들에게 보낼 계획"이라며 "코로나 이전 명절의 정감을 느낄 수는 없지만, 사진을 보내 가족 간의 정성을 전달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성묘 또한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립공원묘지 현대공원은 2묘원 추모의집과 칠곡군공설봉안당 방문객에 한해 사전예약제로 성묘객을 받는다. 비대면 추모방식을 원하는 시민을 위해서는 온라인 성묘도 지원한다. 대구지방보훈청은 직접 성묘와 참배를 할 수 없는 유가족들을 위해 기존 사이버 추모관 외에 '헌화·참배 사진 전송서비스', '온라인 차례상', '카카오톡 참배서비스' 등을 운영한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길어진 상황에서 가족간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온라인 등 비대면을 통해서 표현되는 것"이라며 "온라인 이체·송금도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려는 요구가 디지털 환경을 통해 드러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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