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제지공장 화재로 촉발된 '골판지 대란'이 수개월째 이어지자, 지역의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이 제품을 포장·배달을 위한 종이박스를 구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선 설 명절이 지나도, 늦으면 올 연말까지는 골판지 수급이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지역의 중소업체들이 종이박스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건강식품업체 '데이웰즈' 경우 제품 포장용 박스를 주문하면 최소한 한 달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3개월 째 이어지고 있어 영업 피해까지 보고 있다.
황정흥 데이웰즈 대표는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아도 포장할 상자를 구하지 못해 판매가 지연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니 예정된 출시까지 미룬 상황"이라며 "일부 원료 업체들은 비닐로 포장을 해 배송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완제품을 보내야 하니 그마저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른바 '골판지 대란'이 촉발된 계기는 지난해 10월 대양제지 안산공장 화재였다. 국내 원지 생산량의 7%(월 3만t)를 담당하는 대양제지 공장 화재로 골판지의 재료가 되는 원지 납품 단가가 20% 이상 오르는 등 수급난이 발생한 것이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온라인 거래 활성화와 설 명절 특수 등의 수요 상승 요인까지 겹쳐 품귀 현상이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답답하기는 박스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종이박스 수요가 늘어도 원지의 확보가 어려워서 생산 규모는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달서구 포장용 상자 제조업체 '다담'의 김훈석 이사는 "원지를 발주하면 보통 1~2일이면 받아볼 수 있었는데, 최근엔 최소 2주 이상은 걸린다. 공급이 뚝 끊긴 셈"이라며 "한 달 기준 확보하는 원지의 규모가 100만㎡에서 80만㎡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의 경우 생산량이 반 토막 나고 매출도 크게 주는 등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서구에서 포장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납기를 맞추지 못할 것 같아 들어온 주문도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며 "생산량이 평소보다 50% 가까이 감소했고 원지 가격 상승에 매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업계는 설 명절이 지나도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리라 전망한다. 김훈석 다담 이사는 "설 명절이 지나면 곧바로 농산물 출하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이라 원지 수요는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골판지 대란은 이르면 올 추석, 늦으면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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