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신공항 멍청이론(論)

무소속 홍준표 의원(오른쪽)이 지난 5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사무실을 찾아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무소속 홍준표 의원(오른쪽)이 지난 5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사무실을 찾아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홍준표 국회의원이 지난 5일 서문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하는 TK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다. "TK가 반대한다고 가덕도신공항 막을 수 있나, 정부에서 부산을 지원하는 만큼 대구경북에도 해달라고 해야지 반대만 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했다. 발언 수위가 꽤 높다. 일리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불편함을 느낀 시민들도 많았으리라.

평소 발언에 거침이 없는 그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사안에 대한 대구경북민의 심정을 헤아렸다면 표현 수위를 조절했어야 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구경북민의 절반 이상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부산에 억하심정(抑何心情)이 있거나 소아적 질투심을 가져서가 아니다. 홍 의원의 눈에는 이들이 다 멍청이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5년 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동남권신공항 입지 평가에서 가덕도는 꼴찌를 했다. 20~30m 깊이 바다를 메우고 공항을 짓겠다는 발상도 그렇고, 부산 최남단이라는 입지 조건상 영남권을 아우르기 힘든 가덕도가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서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가 오히려 속 시원한 말을 했다. 그는 "가덕도신공항은 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이 벌이는 대시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했다. 수십조원으로 추정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산은 부산의 교통 문제나 노인복지 문제를 해결하고 낙동강 수계를 완전히 정비할 수 있는 규모라고도 했다. 지당한 소리다.

설령 홍 의원 전략대로 대구경북이 가덕도를 용인해 주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서 실리를 취하고자 하더라도 정부 여당이 챙겨준다는 보장도 없다. 현 집권 세력은 TK를 노골적으로 버리고 PK를 택했다. 국민의힘에도 TK는 후순위 처지다. 여야로부터 버림받은 TK는 지금 어디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홍 의원이 정치 여정의 피날레를 피우겠다며 고향(경남 창녕) 대신 대구에 둥지를 틀었다면 대구경북민의 상실감부터 헤아리는 게 먼저다. 게다가 그는 5년 전 동남권신공항 후보지 결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밀양도,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어정쩡한 결론을 낸 과정을 경남도지사로서 지켜봤고 합의 도장까지 찍어준 장본인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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