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 졸업식다운 졸업식 없이 학교를 떠나서 슬퍼요."
10일 오전 대구 중구 봉산동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종업식과 졸업식이 열린 이날 학부모 약 30명은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교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오자 부모들은 자녀에게 꽃다발을 안겨준 뒤 재빨리 차량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몇은 학교를 떠나기 아쉬워 운동장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벤치에 앉아 졸업앨범을 펴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대구시 초·중·고교에서 쓸쓸한 졸업식이 이어졌다. 학교 단위의 졸업행사는 각 학급의 조촐한 졸업식으로 대신했고, 5인 이상 집합금지로 학부모들은 자녀들과 외식 대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0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졸업식을 진행하는 학교는 초등학교 170곳이었다. 이로써 대구시내 448개 초·중·고교는 모두 졸업식을 마쳤다. 교육청은 지난해 12월 학교로 보낸 공문을 통해 "졸업식은 빈 교실을 활용해 학급단위 대면행사로 실시하고, 학부모와 외부인사 출입을 금지하라"고 했다.
아이들의 졸업식을 직접 볼 수 없는 부모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이의 인생에 한번 뿐인 졸업식이지만 기념행사가 없어 교문 밖에서 자녀들의 하교를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여진(36) 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둘째 아이 입학식도 못했는데 여전히 첫째 아이 졸업식도 못해서 너무 아쉽다. 아이가 교실에서 졸업식을 치르고 나오는 동안 교문 밖에서 계속 기다렸다. 졸업식 분위기라도 내보려고 일부러 꽃도 많이 사왔다. 학교 앞에서라도 최대한 사진을 많이 찍고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집 등에서 외식하던 풍경도 사라졌다. 대개 졸업식 후에는 가족끼리 또는 친한 지인들과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지만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돼 식당마저 갈 수 없기 때문이다. 5인 이상 가족들은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밖에 없다.
박지용(47) 씨는 "원래 아들의 친한 친구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인원 제한으로 갈 곳이 없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식구만 모여도 5명이어서 외식을 못 한다. 아들의 아쉬움이 커서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면서 마음을 달래주려 한다"고 했다.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야 하는 아이들도 섭섭함이 크다.
지난 5일 졸업식을 치른 권아윤(14) 양은 "코로나19로 지난해 등교를 거의 못해서 친구들과 시간도 많이 못 보냈다. 이제 중학교 가면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데 밥도 못 먹고 헤어져서 슬프다. 교실 내에서도 대화도 잘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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