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윗집 '쿵쿵' 층간소음에 '5명 모인 것 아닌가?' 이웃이 신고

'5인 이상 모임 금지' 가족에도 적용…거주지 다르면 직계가족이더라도 4인까지만
시설운영자 최대 300만원·이용자 최대 10만원 과태료…'층간소음' 시달린 이웃 신고

설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행정명령을 연장해 직계가족이더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 명절 가족모임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주부 A(58) 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손자, 손녀와 놀아주다가 아랫집 신고에 벌금 200만원을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A씨는 "실제로 이웃에게 신고를 당하는 일이 있을 줄 은 몰랐다"며 "예전 같았으면 명절 뒤 남은 음식을 함께 나눠먹기도 하면서 말 그대로 이웃이 '사촌'처럼 지냈는데 요즘은 안 그래도 팍팍한 시국에 이웃 간에 정(情)마저 사라진 듯해 씁쓸했다"고 했다.

초유의 감염병 사태 속 설 명절에 이웃이 파파라치로 변하고 있다. 연휴 기간 친지‧이웃과 정을 나누던 풍습은 사라지고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파파라치가 돼버린 현실에 시민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및 대구시 방역 지침에 따라 이번 설 연휴기간 직계 가족이더라도 사는 곳이 다르면 최대 4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명절 가족모임에도 5인 이상 모임금지 조치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시설 운영자에게는 300만원 이하, 이용자에게는 1인당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설 연휴 동안 거주지가 다른 가족‧친지들이 한 집에 5인 이상 모일 경우에도 세대주는 시설(장소)을 제공한 사람에 해당돼 적발 시 최대 300만원이 부과된다.

이렇다보니 이웃 간에는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따져가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웃이 파파라치로 변모하게 된 데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간 쌓여왔던 '층간소음 스트레스'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차에, 명절 기간 평소보다 소음이 심하면 5인 이상이 모인 것으로 판단한 아랫집이 윗집을 신고하는 것이다.

평소에도 윗집 소음에 시달린다는 직장인 B(32) 씨는 "윗집에 사는 가족이 4인 가족인 것을 알고 있는데, 최근 밤늦도록 계속되는 쿵쿵대는 소리에 항의하러 올라갔더니 원래 3대가 함께 사는 6인 가족이었다고 잡아떼길래 황당했다"며 "재택근무 기간 동안 층간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터라 6인이 모여있는 걸 보고 안전신문고를 통해 윗집을 신고했다"고 했다.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침과 규정들이 이웃 간에 서로를 감시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면서 명절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 C(38) 씨는 "서로 얼굴을 다 알고 지낸 사이인데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신고 당하면 너무 씁쓸할 것 같다"며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동네에서 마주치면 웃고 인사해도 뒤돌아서서 서로를 신고할 수도 있다 생각하니 일상이 피곤해진다"고 했다.

이번 방역수칙은 '5인 모임 금지 및 위반 시 과태료 부과'라는 규정을 둠으로써 시민들 스스로가 이를 인지하고, 조심하도록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단지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가 목적이 아니라, 지침을 인지하고 시민 스스로가 방역에 동참하도록 독려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가호호 단속을 할 수 없는 가정 내 모임 특성 상 이웃을 의식해서라도 서로 조심하도록 하는 게 방역 효과가 크다는 게 행정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구시 및 구‧군 담당 부서로는 5인 이상 모임 금지 지침을 어기고 행사, 모임을 갖는다는 신고성 민원이 수시로 들어온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신고 정신이 투철해 조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방역효과가 있다. 실제로 신고를 받고 관련 단체 등에 전화해 모임을 지양하도록 계도하기도 한다"며 "5인 이상 모였다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방심하지 않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방역에 동참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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