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푸들, 8Y, SF, 4.5kg)이 내원했다. 발랄하고 애교많은 애프리코트 푸들답게 진료실에 들어서기 바쁘게 나에게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건강에 전혀 문제없어 보였지만 의외로 보호자의 고민은 깊다. 라온이는 소변을 흘리는 요실금 증상이 있었다. 라온이는 중성화 수술받은 암컷이었다.

◆중성화 수술받은 암컷의 요실금
중성화 수술을 받은 암컷 반려견 중에 요도 괄약근의 기능이 미약해 소변을 흘리는 증상을 'USMI'(Urethral Sphincter Mechanism Incompetence)라 명칭한다.
앉아 있던 방석 위에 소변을 흘리기도 하고, 잠자는 동안에도 이불에 소변이 적셔지기도 한다. 소변을 보러 가는 도중에 조절하지 못하고 소변을 흘리기도 한다.
USMI는 중성화된 암컷에서 발생하는 요실금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너무 어린 시기에 중성화 수술을 받았을 경우 발생하기 쉬우며, 6세 이상 중년이 되어가면서 다발하는 경향이 있다. 살이 찔수록 발생률이 높다고 한다.
요실금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PPA'(Phenylpropanolamine) 약물 처방이 도움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약물은 고혈압과 심박수를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의사의 검진 후 처방을 받으셔야 한다.
해부학적으로 방광이 복강의 뒤쪽에 위치하고 요도의 길이가 짧을수록 요실금 증상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약물 처방과 동시에 방광 괄약근의 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후지 근육을 강화시키는 산책이나 달리기 운동이 도움줄 수 있다.

◆질병이나 배뇨 이상 행동과 관련된 요실금
방광염, 방광(요도)결석, 척추질환(디스크), 이소성 요관증, 방광 괄약근 신경 수용체의 감수성 감소 등으로 인해서도 생식기 주변에 소변이 젖혀지는 요실금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을 많이 먹게 하는 질병들이 요실금을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키기도 한다. 당뇨병, 쿠싱병(부신피질기능항진증), 요붕증(diabetes insipidus) 등이 이에 해당하며, 기력이 현저히 약해진 노령견에서 요실금이 나타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복종성 배뇨와 흥분성 배뇨는 자발 배뇨다. 사람이나 동료와 만나는 과정에서 복종이나 반가움을 과도하게 표현할 때 발생한다.
인지장애(치매)로 인한 배뇨 이상 행동은 나이가 들거나 뇌병변이 있는 반려견에게서 관찰되며, 배뇨 장소를 가리지 못하거나 배뇨 횟수와 습관 변화로 인해 난처한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극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극도의 두려운 상황에서 소변을 지리는 경우도 있다.
◆요실금과 배뇨 이상의 진단과 치료
보호자가 배뇨 습관이나 증상을 잘 관찰해 주셔야 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요실금이나 이상 배뇨가 나타나는지를 관찰해 수의사에게 전달해야 한다. 수의사는 보호자와의 상담을 통해 이상 배뇨의 원인을 추정하고, 관련된 검사를 선택한다. X-ray, 초음파 검사, 소변검사가 우선 선택되며 내과적인 질병이 의심되면 혈액검사와 CT 검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방광염과 요로감염은 지속적인 항생제 처방이 필요하며, 방광·요도결석은 수술이 우선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꾸준하게 수분 섭취를 늘려주는 식습관이 요구된다.
당뇨병, 쿠싱병, 요붕증 등의 내분비질환은 호르몬 약물 처방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속적으로 주치 수의사와 건강 상태를 상담하고 규칙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소성 요관이나 자궁외 요관처럼 해부학적인 기형 질환은 CT 검사를 통해 확진하고 교정 수술이 필요하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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